미국 대선이 미국 내 경제 상황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에 따라 유리한 판세가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유권자들이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느끼는 실물 경제 체감이 대선 후보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민정훈 외교안보연구소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1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에서 진행된 ‘2024 쿠키뉴스 산업포럼’에서 “미국 경제의 70%가 국내 소비에 의해 좌우되고 있어 미국 내 경제 상황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이번 대선에 중요한 지표”라며 “인플레이션과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가운데 9월과 10월 유권자들의 경제 인식 개선 여부에 따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판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교수는 “8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도는 193.3으로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현재 미국 유권자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경제에 대해 덜 낙관적이지만, 휘발유 가격,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등에 의해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며 “9월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물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면 해리스 후보에게 유리한 판세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 총기 피격 사건을 통해 트럼프 대세론이 떠오르면서 두 대선 후보는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미국인들의 피해도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남은 선거 캠페인이 표심을 확정 짓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24 대선 결과는 어느 후보가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하는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공화당이 앞서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에서 치열한 선거 유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이날 해리스와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할 해리스 행정부는 새로운 정책 기조보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성과를 토대로 한반도 정책 기조를 펼칠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를 위한 장을 만들기 위해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관세를 활용해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에 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 시에는 미국 우선 통상정책에 기초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교수는 “트럼프 당선 시 거래 중심적인 동맹관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한미 연합 군사훈련,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동맹 운용의 경제적 측면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감소가 관세 정책의 핵심을 구성하겠지만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적 노력에는 동맹과 비동맹의 구분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 교수는 중국의 강압에 맞선 미국과 동맹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디리스킹’을 통해 다양한 협의체가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며 “해리스 당선 시 중국 견제 및 동맹 중시 기조를 토대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고 한국과의 협력을 제반 분야에 걸쳐 심화시키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이해관계보다 광범위하게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교·안보 및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당선 시 첨단기술 및 핵심 분야의 대중국 디커플링과 제2차 미·중 무역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 대외정책의 재활성화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익을 담보하고, 공세적인 보호무역 조치가 핵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민 교수는 “기존 동맹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동맹국들의 기여를 증대시켜 미국의 이익을 증대할 것”이라며 “취임과 더불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폐기하고 세금 감면과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근간으로 하는 인플레이션(IRA)도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 시 관세 장벽이 한·미 통상 관계에 주요한 도전 요인이 될 것”이라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감소가 관세 정책의 핵심을 구성하겠지만,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치적 노력에는 동맹과 비동맹의 구분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