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4세. 지난해 국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며 고위험 산모와 임신 32주 미만의 미숙아(이른둥이) 출산이 증가하고 있다. 미숙아는 이른 출생으로 인해 성장한 뒤에도 다양한 질병과 발달 지연을 겪을 위험이 높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추적 관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신생아학회가 주관한 ‘저출산 대응 미숙아 지속관리,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미숙아 지속 관리의 국가 책임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3년 기준 국내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31.45세로, 만혼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미숙아 출산율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미숙아 출산율은 전체 출생 아동 중 10% 수준에 이른다. 미숙아는 만성폐질환, 폐동맥고혈압 등 합병증을 비롯해 성장 후에도 운동·인지발달 지연, 뇌성마비, 시력·청력 문제 등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관리체계는 미흡한 형국이다.
김이경 신생아학회 장기추적 TF 위원장(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임신 주수가 어리거나 체중이 적은 이른둥이가 많이 늘고 있지만, 아이가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퇴원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라며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수단은 영유아 건강검진이 유일하다 보니 의료진 개별로 추적 관리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사업(미숙아 지속관리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돼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범사업의 정규 사업화가 이뤄진다면 NICU 퇴원 후 아이 케어에 들어가는 의료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재활치료 수요는 어느 정도 되는지,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보낼 때 교육 지원은 필요 없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며 “이는 저출산 극복에도 기여하는 일이다”라고 제언했다.
미숙아 지속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허주선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료진을 돕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단기 계약직인 코디네이터가 중도에 퇴직하는 경우들이 꽤 발생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코디네이터의 고용 안전성 확보와 채용 관리, 교육 전담 인력 배치 등이 성공적인 본사업 정착에 있어 필수 요건이다”라고 피력했다.
임재우 건양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정책 설계를 위해선 관련 근거자료가 필요한데 미숙아 관리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미숙아의 성장과 발달 상태를 파악하고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데 기초 통계자료조차 전무한 실정”이라며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영유아기,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미숙아 평가와 통계를 국가가 관리하는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1세대 신생아 치료 의사로 꼽히는 이철 전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지역별로 국립 모자보건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료원장은 “미국은 대도시마다 모자보건센터가 있고, 의료진이 직접 신생아·산모 상태를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책에 50조원을 쓰고 있는데, 이 중 일부라도 모자보건센터 설립에 투자한다면 저출산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볼 의료 인력 확보다. 박민수 신생아학회장(세브란스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은 “몇 년 있으면 정년퇴임 하는데 뒤를 이을 후배가 없다. 아무도 신생아 보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면서 “아이들을 잘 케어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및 환아 관리 △선천성 난청 검사 및 보호가정 지원 등 이른둥이 지속관리 지원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작년엔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제도를 발표하며 지원 대상 소득기준을 폐지하고 고위험 임신성 질환으로 입원한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고위험 임신부·신생아 퇴원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가정은 최장 2년 동안 27회 이상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들이 방문해 아이와 엄마의 건강을 챙기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미숙아 지원관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여러 의견을 주시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