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10여년 전부터 시행한 꿀벌 폐사 대응을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시작하는 등 ‘늑장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채소, 과일 농작물의 수분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분 매개자인 꿀벌의 집단 폐사가 나타나고 있어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 현장에 상추, 벌꿀, 아몬드 등을 가져와 들어보이며 “수분 매개자인 꿀벌이 사라지는 게 200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며 “미국·유럽 등에서는 10년 전부터 국가 차원 R&D(연구개발) 투자를 시작하고, 일본도 2013년부터 대응을 하고 있지만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대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농진청에 제출받은 ‘꿀벌 보호 및 육성을 위한 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농진청은 사업 예산 95억2500만원 중 지난 8월까지 30억300만원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꿀벌자원 육성품종 증식장 조성에는 부지선정 지연, 사업부지 매입 지연 등의 이유로 총 60억여원 중 약 13억원만 집행됐다.
꿀벌에 대한 연구 용역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꿀벌 관련 연구용역은 2018년 1건에 불과하다”며 “200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는 늦게 대응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이면서 과학자적인 마인드를 가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집필한 ‘꿀벌의 예언’에는 꿀벌이 사라짐으로써 인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집단 폐사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양봉협회 자료를 보면 벌통 153만7000개 중 61%인 94만4000여개 벌통이 망가졌는데, 한 통에 1만5000~2만 마리가 산다”며 “어림 잡아 141억~188억마리가 폐사했다”고 강조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이 의원의 지적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저항성 품종 연구개발을 늘리고 증식장도 조기에 완공을 거치려 한다”며 “꿀벌 응애를 발견하는 디지털장치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