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승인’ 서울의대생들 “정치적 압박 목적 교육부 감사 규탄”

‘휴학 승인’ 서울의대생들 “정치적 압박 목적 교육부 감사 규탄”

학생 100여명, 교육부 규탄집회 개최
“‘의사 공장’ 된 의대서 공부 명령받아”

기사승인 2024-10-21 16:59:36
서울대 의대 학생 100여명은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앞에서 교육부의 감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신대현 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상대로 교육부가 21일까지 감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학생들이 “휴학에 대한 자유를 빼앗아 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고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울의대 학생 100여명은 이날 서울의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부의 서울대 감사를 규탄했다. 지난 2월부터 의대생들은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의대 학생들은 “정부가 학업을 쉬라고 하면 쉬어야 하고 계속하라고 하면 계속해야 하는, 명령대로 움직여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오직 정치적 압박을 목적으로 둔 교육부의 감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의대는 학생들의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서울대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60조에 따르면 ‘학교가 학사 등에 관해 교육 관계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교육부 장관이 기간을 정해 학교의 경영자(이사장)나 총장에게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현행법에 따라 입학 정원 감축, 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므로 휴학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학생들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호 학생회장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휴학에 대한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는 발언은 황당한 궤변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정부는 연속 휴학을 제한하거나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휴학만 인정하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정부의 권리인식 수준이라면, 그리고 이런 기조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에선 정부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권리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대 한 학생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앞에서 교육부의 서울대 감사를 규탄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대현 기자

교육부가 감사 과정 중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회수해갔다고도 주장했다. 김 회장은 “마치 압수수색하듯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부는 지난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라며 의대 배정위원회 회의록과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라면서 “행정 관료들의 정보는 보호받아야 하고,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소홀히 다뤄도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대통령은 7월 자유총연맹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거짓 선동과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항상 ‘자유의 확장’을 외치던, 대학정책실을 폐지하면서 ‘대학 규제 제로화’를 외치던 윤 대통령은 어디에 있나”라며 “윤 대통령은 오늘 서울의대 집회를 꼭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발언에 나선 한 의대생은 “의학교육에 영구적 손상이 발생해버렸다”면서 교육부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의대생 A씨는 “학생들은 그저 ‘의사 공장’이 돼버린 의대의 부품으로 나라의 의사 양성을 위해 공부만 할 것을 명령받고 있다”며 “교육부 장관이 의대생들의 정당한 휴학계를 인정하고,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우리를 교실과 졸업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까지 예정된 서울의대 감사 연장 여부를 감사 자료가 정리되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단 입장이다. 교육부는 감사에서 학생 휴학 승인이 학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중점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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