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면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및 3대 지방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DGB·JB·BNK)는 모두 지난달 말까지인 시범운영 제출기한에 맞춰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 제출을 마쳤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들의 구체적 책무와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지정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위가 낸 책무구조도 해설서에는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를 배분해야 하고, 상위 임원(상급자)과 하위 임원(하급자)의 업무가 일치하는 경우엔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은행·금융지주의 책무구조도 제출 마감 기한은 내년 1월2일이지만, 당국은 금융권에 시범운영을 위해 이달 말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하라고 독려해왔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스타트를 끊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을 시작으로 KB금융·농협금융(30일), 하나금융(31일)까지 제출을 완료했다. 지방금융지주도 DGB금융(21일), JB금융·BNK금융(30일)이 차례로 냈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달 23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에 iM뱅크는 물론이고 전북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과 IBK기업은행(국책은행)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기로 했다.
모든 은행이 책무구조도 제출을 마친 것은 아니다.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은 조만간 책무구조도 재출에 나설 예정이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지주 총괄로 컨설팅을 받는 중”이라며 “12월 연말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과 제주은행도 아직 제출을 마치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CEO 및 임직원 제재는 금융사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시점부터 바로 적용된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조기 제출을 망설여왔다. 하지만 최근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지고,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당국이 ‘당근’을 제시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제공하고 관리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도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의 시범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한 경우 관련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감경 또는 면제할 예정이다.
금융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업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8월까지 6년간 발생한 금융 사고는 총 463건, 6616억 73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부터 사고금액이 1000억원대로 뛰더니 올해는 8월까지만 1336억 5200만원(5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내부통제 강화를 재차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산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발생원인 등을 발본색원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면서 “책무구조도 안착 및 내부통제 강화를 지원·점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범운영 참여 대상은 금융지주 10개사와 은행 53개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접수를 받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취합한 뒤 총 몇 개 금융사가 조기제출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