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반도체특별법’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여당이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힘을 쏟는 가운데, 일부 쟁점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총 8건이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반도체 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과 세제 혜택, 정부 차원의 인력양성 및 특별위원회 설치, 반도체 산업 발전기금 조성 등으로 조금씩 다르다. 이 중 5건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3건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주축이 돼 발의했다.
8건 중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지난 11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이다. 해당 법안에는 반도체 보조금 등 재정지원이 명시됐다.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도 포함됐다. 이 외에도 반도체클러스터에 대한 신속 지원, 반도체 산업 예비타당성조사 신속 추진,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반도체 산업 및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과 반도체클러스터 등 혁신 특구에 대한 인프라 지원, 신속 인허가 처리, 특별위원회 설치 등은 야당에서 발의한 내용에도 포함돼 있기에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반도체 보조금 등 재정지원이다. 이 의원 대표 발의 법안에는 세제지원 등이 아닌 보조금 등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직접’ 지원한다는 내용은 빠졌으나 구체적인 사항 등은 시행령에 담길 방침이다. 기존 민주당 법안에서는 세제지원·융자 등의 간접적인 재정 지원만 담겼기에 여야 의견이 갈릴 여지가 있다.
보조금 지원은 업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원하며 기업의 신규 투자를 돕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미국은 85억 달러(한화 11조9348억원)를, 일본은 63억4000만 달러(8조9007억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우리나라는 0원이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내용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주 52시간제 규제를 푸는 것에 대해 노조의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은 이미 법체계 내에서 최대한도의 노동시간 유연화를 적용받고 있다”며 “장시간 노동을 장려해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도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지급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온전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며 “특히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은 우리가 미국·일본·유럽과 경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보조금 지원과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은 업계에서 염원하던 내용들”이라며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겨 근로 시간이 유연해진다면 생산성이 조금 제고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을 하다 보면 갑자기 끊고 퇴근하기 어려운 연구들도 많이 있다. 근로 시간이 유연해지면 업무의 연속성이 올라가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추진하는 정책들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