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대다수의 사장단을 유임시켜 안정을 택했다. 반면 삼성과 SK 인사에서는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그룹 및 계열사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5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등은 모두 유임됐다. LG는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경영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성과와 역량이 입증된 최고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LG CNS의 대표인 현신균 부사장과 LG전자의 김영락 한국영업본부장은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전자의 ES사업본부 신임 본부장에는 이재성 부사장을,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과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각각 김상민 전무와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세대교체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과 미래 신사업 강화를 위한 변화의 속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변화도 있다. LG유플러스는 4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됐다. LG유플러스 신임 CEO로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을 선임했다. 홍 사장은 통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IT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전략통’이다. LG유플러스는 홍 대표 체제에서도 ‘AX 컴퍼니’로 변화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139명 대비 줄어든 121명이다. 이 중 신규 임원은 86명이다. 신규 임원 평균 연령은 지난해와 같은 49세다.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임원 조직을 줄여 구조적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르면 다음주 또는 다음달 초 임원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는 삼성과 SK그룹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통 12월 초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에는 11월27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적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는 큰 폭의 인사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례적 반성문을 썼던 반도체(DS) 부문에서의 인사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월 원포인트 인사로 교체된 전영현 DS 부문장 외의 대다수 CEO가 물갈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인다. 임원이 최고 2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설도 팽배하다.
삼성전자의 사업지원TF 조직 재편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사업지원TF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사업지원TF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특히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 인사에도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은 고강도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리밸런싱 구상에 따라 임원 인사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SK도 임원 수를 10~20%가량 줄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고강도 쇄신이 진행된 계열사도 있다.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의 사장을 앞서 교체했다.
다만 인공지능(AI)를 중심에 둔 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SK AI 서밋 2024’ 기조연설에서 AI 관련 SK 계열사 및 해외 빅테크와의 끈끈한 협업을 강조했다. 기조연설이 끝난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SK가 리밸런싱 작업 중인 것과 관련, AI 투자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부채 비율이나 순차 입금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줄인 부분을 어디다가 투자하지 않겠느냐. AI에 투자 비중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