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연구 시간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의과학 연구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의학계의 연구 역량은 10년 이상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갈등 장기화가 환자들뿐 아니라 의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지난 12~15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과 휴게 시간 등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164명이 답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45%)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했다. 의학 연구에 들이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35.7%)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위는 “작년 의학한림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학 분야 연구 논문 수는 세계 13위에 해당하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정체 상태에 있다”며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데에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파행적 상황은 내년 이후 연구 성과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개혁이란 미명 아래 밀어붙이는 정책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연구 역량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연구 성과는 오히려 줄어들고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첨단과학 분야의 연구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한마디에 R&D 예산이 삭감되고, 인재들이 의대를 가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있다”면서 “이것이 모두 하루아침에 이뤄진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