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에서 추락사고를 당한 17세 여학생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 10여곳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내린 보조금 중단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환자를 받지 않은 병원의 행위는 응급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3월 대구에서 17세 A양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병원 4곳의 응급실에 환자를 치료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병원들은 의료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줄줄이 진료를 거부했다. 사고 후 2시간30분 넘게 병원을 찾아 떠돌던 A양은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조사에 나선 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등을 이유로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시정명령과 6개월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중증도 분류 의무도 위반해 과징금이 추가됐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실은 환자의 주요 증상, 호흡·맥박·혈압·체온 등 활력 징후와 의식 수준을 고려해 중증도를 분류해야 한다.
이에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당시 환자가 외상성 뇌손상이 의심돼 병원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점을 알리면서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외 다른 과목에 대한 진료는 가능하다고 했다”며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한 사실이 없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의 중증도를 확인하지 않고 전화 한 통으로 다른 환자의 수술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진료 거부가 아니라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 또는 응급환자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 그가 응급환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경우 응급의료 거부·기피 행위에 해당한다”며 “구급대원이 통보한 응급환자의 상태만을 기초로 응급 여부 내지 필요한 진료 과목을 결정한 다음 수용을 거부한 행위가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6개월분 보조금 중단이 재량권을 벗어났다’는 병원 주장에 대해선 “시정명령 이행 기간 응급의료법에 따른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일 뿐 병원 운영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