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역대급 물갈이…신동빈 ‘쇄신 카드’ 통할까

롯데, 역대급 물갈이…신동빈 ‘쇄신 카드’ 통할까

실적 부진·유동성 위기설 대응 진화 ‘총력’
CEO 21명 교체, 임원 규모 13% 감축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 사장 승진…역할 주목

기사승인 2024-11-28 20:00:47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동빈 롯데그룹 장남 신유열 롯데그룹 미래성장실장. 롯데지주

비상 경영 속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롯데가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최고경영자(CEO) 21명(36%)을 교체하고 임원 규모를 지난해 말 대비 13% 줄였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더 큰 폭이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미래성장실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서고,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내외 격변하는 경영환경 속 경영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표명된다. 

롯데는 28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먼저 그룹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은 통합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은 노준형 사장이 맡는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이영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가 됐다. 롯데 화학군을 이끌었던 이훈기 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용퇴한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3년 연속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핵심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 전문성을 높여왔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동경지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 등에서 근무하며 그룹 내 미래사업과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고 있다. 

신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후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로, 2023년 정기인사에서 상무로,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롯데는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젊은 인재들의 역할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1970년대생 CEO를 대거 내정해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젊은 리더십을 구축했다. 이번 신임 CEO 가운데 12명이 1970년대생이다.

60대 이상 임원들은 퇴진하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한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35%)이 퇴진하며,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이 물러난다.

롯데 유통군은 김상현 총괄대표를 비롯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부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롯데는 연말 정기적으로 단행해온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한다. 성과 기반 적시·수시 임원 영입과 교체를 통해 경영 환경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지주 측은 “이번 롯데그룹의 임원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핵심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신동빈 회장이 강력한 쇄신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롯데그룹을 향한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유동성 위기가 퍼지면서 제2의 대우그룹 사태를 밟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왔다. 

롯데는 화학 사업뿐 아니라 유통 사업 부문도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5조 5000여억원에서 지난해 14조 5000여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유동부채는 같은 기간 8조 9000억원에서 10조 9000억원으로 2조원 가량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1년 연결기준 1조50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 7000여억원, 지난해 3000여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쇼핑도 예전같지 않다.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커머스 사업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경우 누적 적자만 5000억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산업 자체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확고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다면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 경영 일선에 나선 신 전무가 어떠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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