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한일은행 출신의 정진완(56)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추천됐다.
우리금융그룹은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정 후보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자추위는 금융당국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에 맞춰 지난 9월 말부터 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자추위는 은행장 선임절차 진행에서 내부통제로 불거진 조직쇄신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뒀다. 정 후보는 후보군 가운데 가장 젊은 1968년생이다. 자추위는 “조병규 현 은행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함에 따라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이사 경영승계계획’에 따라 우리은행장 후보군을 롱리스트 및 숏리스트로 단계적으로 압축해왔다. 또한 은행장 후보 선정 프로그램 프로세스에 따라 후보들을 검증했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롱리스트 후보자에 대해서는 △ (1단계) 외부전문가 심층 인터뷰 △ (2단계) 평판 조회 △ (3단계) 최고경영자 멘토링 및 이사회 인터뷰 등을 거쳤다. 이렇게 압축한 숏리스트 후보를 대상으로 △ (4단계) 경영계획 PT 및 심층면접을 했다.
한일 출신의 정 후보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우리은행은 상업은행 출신 행장에서 한일은행 출신 행장을 새로 맞이하게 됐다. 이는 상업·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는 전통에 부합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98년 당시 전신인 한빛은행으로 합병한 이후 현재까지 상업 출신 5명, 한일 출신 3명, 외부 출신 3명이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조 현 행장이 상업 출신인데다, 한일과 상업 출신이 번갈아 이름을 올렸던 전례를 고려했을 때 신임 행장으로 한일 출신 안배가 점쳐졌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우리금융이 여러 은행이 합해진 것이다 보니 통합은행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일부 계파적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후보는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 후 1995년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있다. 또한 정 후보는 임 회장 측근으로도 분류된다. 임 회장이 영국 런던에서 재경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정 후보는 우리은행 런던지점에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임원(부행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우리은행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정 후보는 기업금융 강화와 잇따른 금융사고로 침체된 우리은행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정 후보는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특히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조 행장 취임 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모토로 대대적 기업대출 영업에 나선 바 있다. 또 최근 우리은행은 전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정 후보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로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을 위해 내부통제 전면적 혁신과 기업문화의 재정비에 우선적 목표를 두겠다”며, “혁신형 조직개편, 성과중심의 인사쇄신을 통해 우리은행만의 핵심 경쟁력을 제고해 신뢰받는 우리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후보는 내달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기는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