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의 대표적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의 제도적 방안 모색을 위해 관련 이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열악한 상황에 처한 프리랜서·플랫폼노동 정책의 실태를 짚어보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공제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과 한정애 의원,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과 공동으로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를 위한 노후보장방안모색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들의 노후대비 실태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퇴직공제사업'을 검토하고 타당성을 논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고용형태로 일하는 이들은 임금 노동자에 비해 노후에 대한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을 고려할 때,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들의 노후대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의 임금이나 퇴직금에 대한 적립방식을 고안하고, 노동자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안정적인 인생계획을 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들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급조건, 생계유지가 어려운 보장 수준, 보험료 부담이 높은 점 등 노후소득보장 측면에서 취약하다”면서 “4대 보험 법·제도 개선 및 플랫폼 노동자 공제회 설립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노후대비 현황과 퇴직공제를 통한 대응 가능성을 검토했다.
남 교수는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의 노후준비 정도는 임금노동자 등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주된 이유로 '국민연금 등 집합적 위험관리 제도의 배제'를 꼽았다. 그는 “노후준비를 하는 경우라도 저축이나 투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노후준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난다”면서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에게 퇴직공제제도는 노후준비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해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적 지원이나 재정 분담체계의 마련, 집합적 노후위험 대응에 대한 노동자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의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살펴보고 노무제공자의 노후소득보장 제도화 방안에 대해 다뤘다.
권 교수는 “노후소득보장을 어떻게 법제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의 경우 퇴직연금이 적립이 안된다. 노령이 됐을 경우 노후 소득을 어떻게 전망해야 하는지 감이 안잡힐 정도”라며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같은 균열은 선진국 대부분이 겪고 있는 일로, 소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프리랜서의 노후소득 보장은 임의로 가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기금, 부가연금 활용이 권장되고 있지만,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긱워커에 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를 심화해 나가야 하다는 권고 정도에만 그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독립 계약자의 경우 자신의 노동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목적상 ‘근로자’이고 계약 상대방은 독립 계약자의 사용자로 간주돼 의무적으로 기여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싱가포르는 2024년 플랫폼노동자법을 입법화하면서 플랫폼 기업이 의무적으로 기여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권 교수는 국민연금 법 개정 이외에 노무제공자의 노후소득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의무적 퇴직연금'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산재보상보험이나 고용보험 목적에서 노무 제공자를 퇴직연금의 적용대상으로 하는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현호 한국노동공제회 프리랜서권익센터 정책위원은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박 위원은 “국민연금법 및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포괄적 사회보장체계 구축과 공적연금·퇴직연금에 대한 강제성을 강화하되, 소득 수준에 맞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회보험 가입 확대를 위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 △노후 자산 형성을 위한 개인형 퇴직연금 확대 △디지털 전환 기반 보장 체계 구축 등을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안은미 한국노조총연맹 정책2본부 국장은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권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입법 추진과 함께 사회보장 제도개선, 과도기적인 퇴직공제회 등 논의가 다각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미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충을 직접 전했다. 그는 프리랜서 처우의 열악한 실태를 밝히며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는 “만화가와 웹툰 작가의 상당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대부분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큰 금액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며 “비용은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책정돼 연재 종료 후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높은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도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국민연금에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부담을 분담하거나 공제회 같은 노후 보장 기구에 가입해 연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부처에서도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의 노후보장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사무관은 “노후보장과 관련해 입법문제나 장기적 방향에선 공감한다. 과도기적인 측면에서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면서 “나중에 노후보장을 받을 수 있냐는 의구심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한데, 시범 사업 등을 공제회 차원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고민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