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HUG, 전세보증보험 기준 강화 추진…빌라 기피 우려

재정난 HUG, 전세보증보험 기준 강화 추진…빌라 기피 우려

‘112%’ 강화시, 빌라 10채 중 7채 가입 불가 

기사승인 2024-12-03 06:00:09
사진=곽경근 대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비(非)아파트 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을 현행 90%에서 80%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보증 가입을 위해서는 공시지가 126%(공시가격 140%X담보인정비율(전세가율) 90%)를 충족해야 한다. 현행 90%인 담보인정비율을 80%로 하향하면 전세보증 가입 한도는 공시지가의 126%에서 112%로 더 낮아진다. 

이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기존 전세 갱신계약의 69%가 동일 조건으로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전국 국토교통부 연립 다세대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동주택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체결된 빌라 전세 계약의 69%가 갱신계약시 강화된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2억원인 빌라는 현재 2억5200만원까지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새 기준에 따르면 보증금을 2억2400만원까지 하향해야 한다. 전세계약 만료 후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찾기 위해서는 약 2800만원을 더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67.6%, 경기 69.6%, 인천 81.6%, 부산 61.8%의 만기 예정 빌라가 기존 전세금으로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빌라 10채 중 약 7채가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에서는 강서구(90.0%), 도봉구(86.7%)의 가입 불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경기도에서는 광주시(88.7%)와 의정부시(87.4%), 인천에서는 연수구(91.4%), 계양구(86.5%)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 기준 강화로 가입이 불가능해진 빌라들은 보증 가입을 위해 전세 보증금을 기존 대비 평균 2870만원 낮춰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시도별로는 서울이 평균 352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세종시가 1247만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HUG는 앞서 지난해 5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조건을 공시가격의 150% 이내에서 140%로 조정했다. 담보인정비율은 100%에서 90%로 인하했다. 2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기준 강화 검토에 들어간 것. 이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며 HUG 재정난이 심화된 영향이다.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원에서 2023년 3조554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올해 1~10월 기준 3조3271억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세보증 기준 강화는 HUG의 재정난에는 도움 될 전망이다. 깡통전세 등 부실한 주택에 대해 보증보험을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HUG 관계자는 “기준 강화는 확정된 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의 지속 운영과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접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증 기준 강화가 강행될 경우 비(非)아파트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올해 1~10월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10월 서울의 연립·다세대 주택의 매매와 임대차 거래는 모두 전월보다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했다. 매매는 9월 2153건에서 10월 1682건으로 21.9% 감소했다. 전·월세 거래는 9월 8626건에서 10월 7510건으로 12.9%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매매 17.0%, 임대차 거래 35.4%가 감소했다. 2022년부터 대규모 전세사기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이후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빌라 기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태인 집토스 중개사업팀장은 “대부분의 빌라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보증 가입을 희망하고 있어 빌라 전세가가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한 금액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가입 요건을 갑자기 강화하면 오히려 보증사고를 더 많이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건이 강화되면 기존 보증금으로 들어올 세입자가 극히 적어져,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지체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세입자 계약 종료 시 차액을 줘야 해 역전세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대인들이 변화한 기준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하향하지 않을 경우, 보증보험 가입 가능한 매물을 찾는 임차인과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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