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오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늘고, 신축 아파트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6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매매시장의 27주 연속 상승보다 더 긴 기간이다. 주간 KB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1월25일 기준 90.28로 전주 대비 0.03% 올랐다. 반면, 매매 가격지수는 89.64로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매매 가격지수는 지난 10월까지 상승세를 이어오다 11월18일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를 의미하는 전세가율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01%로, 지난 2022년 10월 54.6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국 전세가율도 67.7%로 2022년 12월 67.3%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높은 전세가율은 매매가 하락 시 역전세, 깡통전세 우려를 키운다. 업계에서는 적정 전세가율을 60~70%대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로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며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했다. 은행권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했다. 또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공급 부족도 전세가를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인포가 부동산R114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7670가구에서 내년 3만5915가구로 소폭 증가한다. 하지만 2026년에는 7983가구로 급감하며 입주 감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60㎡ 이하 소형면적과 60~85㎡ 중형면적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입주물량은 60㎡ 이하는 2025년 1만6660가구에서 2026년 3324세대로 감소한다. 60~85㎡는 올해 8642세대에서 내년 1만1662세대로 오른 뒤 2026년 2833세대로 줄어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규제로 인해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며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들은 전세가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공급이 적어 전세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매물 부족 때문”이라며 “실거주율이 높아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 확대 요인이 부족해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임대 사업자의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 대표는 “현재 시장은 실거주 중심으로 흘러가 전세 매물이 적다”며 “임대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공급이 있어야 물량이 늘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