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비만 치료제의 의료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보장 체제로 편입될 경우 약을 제값에 받기 어려워져 제약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다만 내년에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무효화할 가능성도 제기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의료보험(메디케어)과 의료 보조제도(메디케이드)를 통해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장을 확대해 본인부담금을 최대 95%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제시했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현재 비만인들이 체중 감량 치료제를 복용하려면 한 달에 1000달러(한화 약 140만원)가량의 비용을 내야 한다. 향후 확대 적용 시 자기 부담 비용이 최대 95%까지 줄어들어 50달러(약 7만원) 정도만 지불할 수 있게 된다. 노인 약 340여만명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가입한 400여만명의 빈곤층 성인이 싼 가격에 비만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비에르 베세라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은 “비만으로 고생해온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날”이라면서 “제 돈으로 약을 사기 어려웠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조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비만 치료제의 보험 적용 시 향후 10년간 최대 350억달러(약 49조2275억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의회예산국은 추산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반대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내년 1월20일 들어서는 트럼프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트럼프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비만 치료제의 사용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혀온 인사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에 출연해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고 경제적 방법은 국민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의약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본인은 관련 입장을 아직 밝히진 않았으나, 내각은 정부 지출을 줄이겠다는 기조에 맞춰 보험 적용을 무효화할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제약업계의 향배도 갈릴 전망이다. 의료보장 체제로 편입되면, 제 값을 받기 어렵게 돼 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보험 적용 여부를 떠나 장기적으론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이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BNK투자증권은 전 세계 비만 인구가 오는 2035년 19억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도 지난해 801억달러(약 112조원)에서 2028년 1423억달러(약 20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 인구는 점진적 증가 추세에 있다”며 “글로벌 트렌드는 ‘GLP-1 치료제(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의 확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사제의 높은 원가 및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경구 제형의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라며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을 주목할 국내 기업으로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