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대왕고래 시추선 부산외항 입항…작업 일정 본격화

탄핵 정국 속 대왕고래 시추선 부산외항 입항…작업 일정 본격화

기사승인 2024-12-09 10:33:56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9일 오전 6시 부산외항에 입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현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대왕고래 가스전 시추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도착한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 앞바다 인근인 부산외항에 정박한 뒤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보급 작업을 마치면 오는 17일경 시추 해역으로 출발해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돌입한다.

정부는 해수면 아래 1km 이상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시료 암석층을 확보하는 데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료의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검층 (mud logging) 작업은 세계 1위 시추기업인 슐럼버거가 맡았다. 실제 석유·가스 부존 여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나올 전망이지만, 정부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중간에 정리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알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 시추 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너비 137.8ft(42m)·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3만7500ft(1만1430m)에 달한다. 지난 2008년 12월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드릴십으로 그간 주로 동남아와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작업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대규모 선적이라 수심이 얕은 부산신항에는 정박할 수 없다”면서 “웨스트 카펠라호는 부산 영도에서 희미하게 보일 만큼의 거리에 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월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직접 개발 의지를 피력할 정도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다. 산업부·석유공사는 해당 사업의 타당성 등 논란이 일자 유망성 평가를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社(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한국으로 긴급히 불러 기자회견을 진행할 정도로 해당 프로젝트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해제, 이후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이날 웨스트 카펠라호의 입항 사실을 공식 보도자료로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시추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에서 첫 시추 예산 497억원 전액이 삭감된 상황이어서,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시추 비용 조달 방안을 시급하게 찾아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혼란스러운 정국에도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기 전까지 국회를 대상으로 첫 시추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 1차공 시추사업 등 정부 주요 정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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