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매출에 크게 타격은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확실히 객수가 빠지긴 했어요.”
지난 12일 오후 방문한 서울 여의도 인근의 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직원 A씨는 계엄령 이후의 매출 상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요즘 여의도에서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나 시위가 계속 열리면서 고객들이 확 줄긴 했다”면서 “집회로 인해 인파가 몰리면 주차가 오래 걸려 차를 가지고 나오기가 힘든데, 나오기가 불편해서 안오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수가 빠지는 시간대도 빨라졌다. 오후 7시 이후가 되면 오고 가는 손님들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지하 1층의 향수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향수 판매 매장에서 만난 직원 B씨는 “계엄령 이후 확실히 매출이 저조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백화점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20대 후반에서 30~40대가 많은데 변화된 점은 유동 인구의 연령층이 높아졌다”면서 “원래 피크 타임이 오후 3시부터 7~8시인데 시간도 일러졌고, 전체적인 매출도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 근처 매장이라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며 “날씨가 추워서 들어오던 손님도 끊겼고, 외국인 방문율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백화점 근처에 위치한 모 쇼핑몰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C씨는 “직장인 위주의 상권이고, 젊은층의 직장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패션 매출의 비중이 큰데, 시국이 좋지 못한 탓에 고객들이 줄기도 했다”면서 “다른 매장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그래도 주말에 가족단위 고객이 많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게 있지는 않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길어질수록 유통업체들의 타격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102.7이었던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11월 96까지 떨어졌다. 이어 12월 94.3, 이듬해 1월 93.3, 2월 94.5, 3월 97을 기록했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나서야 100을 넘겼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가장 타격이 큰 건 자영업자들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기업들은 연말 회식을 자제하고, 소비자들도 모임을 줄이고 있어서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남·50대)는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올해 12월 장사는 물 건너갔다”면서 “계엄령 이후 간간히 있던 단체 예약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매출이 꾸준히 나오는 편이었는데 요즘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다 정국 불안 요소까지 더해져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카드사에서 근무하는 이 모씨(여·40)는 “위헌적이고 불법한 계엄령 선포로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가의 중요 결정을 내릴 지도자가 부재하다는 생각은 결국 불안한 심리로 이어진다”며 “확실히 마음 놓고 소비하기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가 안정되기 전까지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