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등 탄핵 정국에서도 국정 권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퇴진 거부 의사 표명이라는 평가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대법관 마용주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제출된 동의안에서는 “대법관 임기 만료에 따라 다음 사람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하고자 국회의 동의를 요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달 26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달 27일 퇴임하는 김상환 대법관의 후임으로 서울고법 부장판사인 마용주(사법연수원 23기) 후보자를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바 있다.
당초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한 뒤 국정을 당과 정부에 맡기겠다고 밝혔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밝히는 등 자신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자 다시 직접 국정을 수행하기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국정 수행 의지를 피력했으며,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과 대통령령(시행령)안 21건 등 총 42건을 직접 재가하기도 했다.
또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최병혁 사우디 대사가 자리를 고사하자,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후보자로 재지명하며 인사권을 행사했다. 다만 한 의원 역시 “누가 이 상황에서 장관을 하겠나”라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된 마용주 부장판사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 이어 대법원 사건 검토를 총괄하는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는 등 법리에 밝고 상고심 재판에 해박한 엘리트 법관으로 꼽힌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윤리감사관도 역임해 사법행정 업무 수행도 가능하다.
마 부장판사는 법관 생활에서 특별한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 중도적 입장에서 재판을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퇴임하는 김상환 대법관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온 만큼 기존의 대법원 지형도에도 다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전원합의체는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이 가동하는데, 현 대법관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원은 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