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가졌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는 정치학자의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당직자 출신인 윤왕희 성균관대 교수의 설명으로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당헌 제96조 제4항’의 일부 규정은 현재의 국민의힘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한 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다.
윤 교수는 15일 본인 페이스북에 ‘당헌의 해석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당의 당헌은 국가 수준에서는 헌법과 같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에 대한 해석과 적용은 정확해야 한다”며 “어느 계파나 특정인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당헌의 해석이나 적용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규정한 당헌 제96조 제1항의 1·2·3호를 각각 적시하면서 이에 해당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이 있다고 명시된 제96조 제4항의 경우는 제1·2호에는 적용되지 않고, 제3호에만 적용이 되는데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은 제2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당헌 제96조 제4항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당대표 직무대행이 임명한다’라는 조항은 이러한 관련 조항들과의 연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임명하는 경우는 제3호(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의 설치를 의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96조 제4항이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임명의 권한이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의 제1호, 제2호, 제3호의 경우를 한꺼번에 예정한 채 하나의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인데 동등하게 비대위원장 임명 주체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당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당헌의 잘못된 해석”이라며 “지도부가 궐위된 경우의 예에 따라 당대표 권한대행(혹은 당대표 직무대행)이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준석 당대표의 불행한 일을 계기로 불명확한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했는데, 별로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 규정을 엉터리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참담한 일”이라며 “정당의 헌법인 ‘당헌’에는 실무적인 착오가 있어서도 안 되며, 특정한 의도 하에 특정한 이해집단이 왜곡된 해석을 주장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에 “당내의 어느 세력이든 당헌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위기 상황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정당정치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