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신 고객이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독립적인 판단을 받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정작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손해사정은 보험금 지급의 첫 단계로 통한다. 먼저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할 만한 손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보험약관과 법을 적용해 청구가 적정한지 판단한다. 손해액을 집계해 보험금을 맞는 금액으로 정하고 지급한다. 손해사정사는 이 조사를 도맡는 전문가다.
17일 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에서 처리된 손해사정 건 가운데 보험계약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독립손해사정 비율은 매년 0%대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립손해사정 건수는 2021년 55건, 2022년 90건, 2023년 364건, 2024년 6월 말 기준 359건이었다. 반면 보험사가 외부 손해사정사에 위탁한 경우는 2021년 4930만건(92.6%), 2022년 4280만건(92.3%), 2023년 5293만건(93.4%), 2024년 6월 말 기준 2918만건(93.4%)이었다. 나머지 6~8%는 보험사가 고용한 손해사정사가 맡았다. 여전히 독립손해사정이 전체 손해사정에 비해 턱없이 적다.
독립 손해사정사 제도는 고용‧위탁된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 2021년 마련됐다. 손해사정 업계에서는 보험사에서 수수료 등 비용을 받는 고용‧위탁된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손해사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독립 손해사정사는 누구나 선임할 수 있다. 다만 보험사가 먼저 손해사정에 착수하기 전에 보험사에 따로 선임하겠다고 통보해야 한다. 이때 손해사정사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자격자이기만 하면 된다.
비용 부담도 없다. 보험업법은 고객이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보수를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로 선임하지 않으면 보험사에 소속된 손해사정사나 보험사의 위탁을 받은 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을 할 것이라는 점도 고지 대상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계약을 맺을 때 독립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하지만 실효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우 다보상 손해사정사무소 대표는 “형식적으로 서류 안내만 하고 구체적인 구두 설명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일반적인 고객은 (독립 손해사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