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무리한 추진 일정으로 불안했던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선도지구 당선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승자의 저주는 선도지구 당선에도 큰 이득 없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추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부동산 시장은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윤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인 1기 신도시 재개발과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 정책이 멈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개발은 시작부터 우려가 많았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약 2만6000가구를 지정해 2027년 착공, 2030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통상 15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이를 6년 만에 진행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상 정부 계획대로 사업 진행은 어려워도 정책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1기 신도시가 대규모 정비될 경우 주택 공급 활성화, 집값 안정화 등 긍정 요인이 있어서다. 선도지구의 성공적인 재건축 시 인근 단지에도 탄력이 기대됐다.
그러나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불과 한 달 전 선도지구 선정 후 이달 이주 정책 발표를 앞둔 상황에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가 멈췄기 때문이다. 재건축 탄력을 위해 필요한 법안도 표류 위기에 처했다. 빠른 재건축을 위해 정비사업을 3년 단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 중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제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또 입법 공백에 정비사업 추진 동력도 약해지며 국회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책을 추진해야 할 관계 기관들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점에서다. 추후 정권 교체 시 사업 방향성도 문제가 된다. 집권여당 유지 시에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교체 시 폐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인 만큼 세부 방향 교체 후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서울 및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노후도심과 정주환경 개선 등의 효과도 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은 7.6대1의 경쟁률 보였다. 다수 단지가 주민 동의율 90%를 넘긴 만큼 재건축에 대한 염원 역시 뜨거운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차질 없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 불확실성과 여야의 집권 싸움 속 1기 신도시에서 승자의 저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