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와 전공의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중재에 나섰다. 선배 의사들은 무너진 사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 대해 적대감을 가진 교수가 적지 않다. 전공의들도 교수들을 ‘씹수’라고 부르며 비하하고 있다. 씹수는 의대 교수를 모욕하는 은어다.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과대학 정원 증원 찬성 글엔 욕설이 담긴 수십개의 댓글이 따라붙기도 한다.
교수와 전공의 간 대표적 반목 사례는 최근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빚은 갈등이다. 지난 7일 강 교수는 의사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박단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요? 정책을 제안했나요? 전공의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8일 박 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를 구속하겠다고, 처단하겠다고 할 때 강희경 당신은 교수로서 뭘 했나”라고 맞받아쳤다.
의협은 중재에 나섰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 대회사를 통해 “전공의의 100분의 1의 저항도, 투쟁도 하지 않는 선배 의사가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라고 말했다.
박형욱 위원장은 “사직 전공의를 향해 적대적 감정을 보이는 선배 의사가 있다. 사직 전공의 대표에게 ‘네가 뭘 했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면서 “자신이 열망하던 일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저항이고 투쟁이다”라고 박단 위원장을 두둔했다.
이어 “후배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배 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선배 세대들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내가 잘났다는 듯, 내가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듯 행동할 게 아니라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의견을 모으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의대 교수와 학장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젊은 의사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선배 의사뿐이고, 학생들을 돌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오직 교수들뿐”이라며 “이미 무너진 사제 관계와 신뢰를 다시 쌓을 방법은 교수들이 용기 내서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법적 문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준비된 만큼 뽑아서 교육시키고 소송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며 학생들 앞에 나서달라”며 “의대 학장, 교수들이 나섰을 때 학생들은 ‘교수들을 신뢰한다’, ‘교수들 노고에 감사한다’고 화답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