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영세호(號)가 공식 출범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여당의 혼란을 수습할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로, 위기에 몰린 보수진영과 당 재건, ‘쌍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 등이 난제로 꼽힌다. 현재 여당은 쌍특검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위헌성 요소를 제거한 특검은 논의할 수 있다며 야당과 협상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당 상임전국위원회는 31일 회의를 열어 임이자·최형두·최보윤·김용태 비대위원 임명의 건을 의결했다. 투표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임전국위원 67명 중 54명(투표율 80.60%)이 참여하고 이 중 51명(찬성률 94.44%)이 찬성해 가결됐다.
‘권영세 비대위’는 이날 임명된 지명직 4명을 포함해 당연직 비대위원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겸해 첫 비대위를 열고 “결연한 의지로 당내 화합을 이뤄내고 당의 혁신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해야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합심하고 단결해서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권 위원장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 논의에 나섰다.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검 후보자는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은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중 다수당이 한 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자 중 한 명을 임명해야 한다. 김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가방 수수, 지방선거와 총선 선거 개입, 명태균 관련 사건 등 그간 제기된 15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다. 특별검사는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가 한 명의 후보를 각각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한 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쌍특검 재표결이 이뤄질 경우 부결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표결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하고 야권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108석의 여당에서 8명만 찬성하면 특검법은 통과한다.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내란 일반특검법은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김 여사 특검법은 4명이 찬성투표를 하면서 이탈표 우려가 한층 커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대비해 특검법 수정안 카드를 염두에 두는 모양새다. 수정안 요건으로는 여야가 아닌 △제3자의 특검 추천 △수사 범위 축소 △언론 브리핑 제한 등이 언급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특검법은 반대하지만, 위헌성을 제거한 특검법은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며 “계엄 관련 특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지만, 야당과 협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일단 부결시켜놓고 그다음 수순은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라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는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최 권한대행은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이 또다시 정부로 이송됐다”며 “이번 법안은 특별검사 추천을 민주당과 비교섭 단체에서만 각각 1명씩 하게 돼 있다. 대법원이 추천하고 야당이 비토할 수 있었던 이전 특검법보다 위헌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은 삼권분립에 예외적 제도인 만큼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