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시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편법·위법 논란의 체포영장에 응하는 것은 경호 포기이자 직무유기”라고 입장을 밝혔다.
5일 박 처장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1963년 창설 이해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목숨을 바쳐 역대 대통령을 지켜왔다”면서 “윤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기 때문에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호처는 앞서 3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때 관저 진입을 저지한 바 있다. 사법부가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경호처가 이를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공수처가 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저지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박 처장은 “당시 체포영장 집행을 나온 공수처 담당 검사에게 경호처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하고, 현직 대통령 신분과 외신에 비칠 대한민국의 위상을 고려해 법 집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정중히 요청했었다”면서 “체포영장 집행 수사관들과 경호관의 대치 상황에서 그 어떤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도 없도록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선 ‘경호처가 개인 사병으로 전락했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다’, ‘경호처를 해체하라’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이 실탄 발포를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과거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경호처는 한치의 소홀함 없이 완벽한 경호업무를 수행했고, 지금도 정당을 떠나 세 분의 전직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님을 헌신적으로 경호하고 있다”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경호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박 처장의 이러한 해명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힘을 보탰다. 정 실장은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경호처의 제1경호대상은 현재도 윤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편, 박 처장의 입장문 발표 이후 정 실장의 지원사격도 이어지면서 체포영장 시한을 하루 남긴 공수처의 영장 강제 집행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과 경찰의 경호 여부를 떠나 관저 담장 내 최근접 경호를 맡는 경호처가 공수처를 막는다면 이를 강제 집행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수처는 체포영장 재집행 여부, 체포영장 집행 기간 연장 신청, 집행 없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