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속 감동으로 피어난 자원봉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속 감동으로 피어난 자원봉사

청각장애인 부부‧미국서 날아온 부부‧그림책 작가 등 각계서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 참여
김영록 “또 다른 수습의 시작. 유가족 여러분의 손을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힘내십시오.”

기사승인 2025-01-06 11:06:37
목포시에 거주하는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사고 당일부터 매일 커피·유자차·생강차 300인 분을 준비해 무안공항 현장에서 무료 나눔봉사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나눔활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기준 사고 현장 수습 지원, 유가족 지원, 교통 안내, ‘사랑의 밥차’ 운영을 통한 식사와 물품 지원, 재난 심리 등 자원봉사 활동에 5509명이 참여했다.

목포시에 거주하는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사고 당일부터 매일 커피·유자차·생강차 300인 분을 준비해 무안공항 현장에서 무료 나눔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메뉴판 옆에 ‘저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손짓으로 말씀해 주세요’라고 주문 요령을 적어 놓아 가슴이 뭉클해지게 하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 30년 동안 그림책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해온 임경희(‘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저자) 작가는 작가협회 ‘그·데·함(그림책+데스+함께돌보는 운동)’ 회원들과 함께 손수건 600장에 편지를 적어 유가족에게 나눠주면서 아픈 사연을 나눴다. 

임 작가는 “뉴스를 통해 제주공항 참사를 접하고, 공동체 일원이 TV를 보며 슬퍼하다 참사에 대한 기억이 잊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봉사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미국 시애틀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40대 조 모 씨는 과거 미군 경력과 경비행기 교관으로서 경험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에 고국으로 날아와 지난 1일 아내와 함께 무안공항에서 후원물품 이송과 물품 배부, 환경정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그는 자원봉사센터 측에서 연락처를 물었지만, 조용히 봉사하고 가고 싶다며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제주 서귀포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선 감귤 156박스를 후원하고, 광명의 한 베이커리에선 냉동빵 79박스를 보내왔으며, 서울시한의사회와 서울시청이 한의약품 1만2000명 분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민이 쌀빵과 블루베리잼 200개를 후원했다. 

목포대학교에서는 기숙사를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숙소로 제공했고, 경기도 한 주민은 붕어빵을, 대구의 한 부부는 1000인 분의 콩국을 나눴다.

전남도약사회는 현장에 상비의약품과 피로회복제 등 의약품을 전달하고, 지난 2일부터는 무안국제공항 1층에 무료봉사약국을 설치해 4~6명의 약사들이 운영을 시작했다.

전남물리치료사협회도 5일부터 2명의 물리치료사를 파견했으며, 서울시한의사회 및 서울시청에서 1만2000명 분 한의약품을 지원했다.

목포시는 목포시에 주소를 둔 희생자의 목포추모공원 화장장(승화원) 사용료를 전면 면제하고, 사고 희생자를 대상으로 화장로를 하루 9차례 긴급 확대 운영 중이다.

목포시는 목포에 위치한 장례식장에 안치된 희생자 유가족을 대상으로 화장절차를 안내하고 화장 절차가 우선적으로 진행 될 수 있도록 희생자 화장 사전 예약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불의의 사고로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봉사활동이 단순한 선행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오전까지 176분의 희생자분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남아계신 세 분도 내일 오전에 가족분들께 인도되실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분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또 다른 수습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유가족의 입장에서, 유가족의 의견이 최대한 유리하게 반영되도록 끝까지 모든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유가족 여러분의 손을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힘내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전남도는 지난 12월 29일 사고 발생 즉시, 물품 후원이나 자원봉사 참여를 바라는 국민을 위해 도청 홈페이지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자원봉사 및 후원물품 문의처 안내’ 팝업창을 게시, 자원봉사를 안내하고 있다.
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
신영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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