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지난해 12월25일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소관 부처인 문체부는 “대중예술인의 발언을 제약하는 사전 서약서 요구는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놔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직접적 대응이나 조치는 어렵다면서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오경 의원이 이승환 콘서트 취소 건과 관련해 문체부에 질의해 회신받은 자료를 보면, 문체부는 해당 사건이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며, 이와 관련된 공식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도 문화 예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강조했다.
문체부는 “구미시는 관객과 보수단체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여 콘서트를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이런 판단은 지자체 내부 규정에 따른 재량적 판단 영역으로 제반 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성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사전에 대중예술인의 발언에 대한 제약을 두는 서약서 요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5일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는 앞서 같은 해 7월31일에 대관신청을 해 당일 사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구미시장은 콘서트 개최를 며칠 앞둔 12월20일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의 서명을 요구했다. 이들이 이를 거부하자 구미시는 12월23일 대관 취소 사실을 전했다.
임오경 의원은 과거 공연취소 사례를 언급하며 구미시의 공연장 사용 허가 취소는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가 근거로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한 성소수자 단체의 체육행사 대관을 허가했다가 천장 공사 등을 이유로 취소 통보했다. 대관 직후부터 이어진 항의 민원에 따른 것인데 법원은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했다고 보고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평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또 지난 2015년 KBS홀 미국 션윈예술단 공연 대관 취소 사건도 예시로 들었다. KBS는 2015년 12월 공연단과 대관 계약을 맺었지만 이듬해인 2016년 대관 계약을 취소했다. 션윈예술단은 중국전통문화 부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공연회사로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종교단체의 산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취소하려던 것이다. 다만 법원은 대관지침 내용에 대해 필수적으로 동의하도록 하는 취지의 표시가 없었던 점, 대관신청시점과 대관계약체결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점을 이유로 공연장사용방해금지가처분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KBS홀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임오경 의원은 “BTS 멤버 지민이 과거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아 일본 아사히 TV가 2018년 11월에 BTS의 일본 음악 방송을 취소했을 때 우리 국민은 분노했다”며 “이번 구미 공연 취소는 이와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사회 이슈로 대중가수 공연이 취소된 것은 민주화 이후 유례가 흔치 않은 사례”라며 “문화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더욱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연법 1조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연자 및 공연예술 작업자의 안전한 창작환경 조성과 건전한 공연활동의 진흥을 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