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큰 ‘노년기 우울증’…“조기치료로 80% 개선”

후유증 큰 ‘노년기 우울증’…“조기치료로 80% 개선”

기사승인 2025-01-30 06:00:09
게티이미지뱅크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인조차 증세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노인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가 돼 가고 있다며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큰 만큼 적극적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항우울제 처방 인원은 지난 2018년 54만명에서 2022년 74만3천명으로 늘었다. 2022년 기준 노인 인구 901만8000명 중 약 8.2%가 우울증 약을 처방받은 것이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우울증을 겪는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고혈압,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이 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퇴직, 사별, 자녀 독립 등 환경적 요인도 우울증을 부른다. 신체 기능 저하, 신경학적 질환 증가, 사회적 관계 감소, 경제적 궁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울감이나 인지력 저하를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노인 우울증은 일단 피로감, 무기력 등으로 시작된다.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심한 우울과 불안이 이어진다. 우울증에 걸리면 매사에 집중이 되지 않아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금방 회복되는 단순 우울감과는 달리 병적인 우울증은 최소 2주 이상 지속되며, 불면증이나 과수면을 동반한다.

이강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식주 등 일상생활 속 수행 능력을 살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진료 과정에서 자신의 우울 상태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환자는 드물고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만사가 귀찮다’ 등으로 답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가족이나 지인들에겐 치매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라고 피력했다.  

노인 우울증은 노년기에 찾아오는 일반적 신체 증상과 경계를 짓기가 모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신철민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때로는 주위의 이목을 끌기 위해 꾀병을 부린다는 가족의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면성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가면성 우울증은 스스로 우울하지 않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표정에서도 우울한 느낌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멀쩡한 겉모습과는 달리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근육통,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한다”라고 했다.

우울증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이상 행동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이다. 약물의 경우 예전에 비해 부작용이 크게 줄어들어 경도의 우울증부터 약물치료를 권하는 추세다. 꾸준한 치료 후에는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신 교수는 “항콜린성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의 특성상 삼환계 항우울제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많이 사용한다”며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억제제는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 통증을 동반한 노인에게 처방한다”고 짚었다. 노년기 우울증은 다른 질환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큰 편이다. 일반적으로 급성기 치료를 통해 70~80%가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도 중요하다. 우울증은 두드러지는 행동 변화를 찾기 어렵다.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야 감지할 수 있다. 사회적 네트워크 활성화도 노년기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신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노인들은 감정을 억제하는 시대를 살아서 우울감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가족이 평소 환자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환자를 대화에 참여시키는 게 좋다”라면서 “친목·종교·봉사 모임 등을 이어가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하루 30분 이상 걷기 등 햇볕을 쬐며 하는 운동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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