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건설업계가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인건비 급등 등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정부에 건설 경기 활성화 정책을 촉구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문을 닫는 건설사가 늘며 4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연초부터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 신동아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이어 지난 1월16일 시평 103위이자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두 곳 모두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올해 한 달 만에 58곳의 종합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다.
문 닫는 건설사는 매해 늘고 있다. 한국건설업연구원에 따르면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 건수는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 △2023년 581건 △2024년 641건으로 4개년 간 계속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조사가 시작된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새로 개업하는 건설업체는 감소하고 있다.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주택 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2021년 2191개 △2022년 1086개 △2023년 429개 △2024년 421개로 4개년 간 계속 줄어들었다. 지난해 등록 업체 개수는 지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기록한 363개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조사됐다.
건설 경기 한파 지속
업계가 체감하는 건설 경기는 여전히 침체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해 12월 71.6을 기록해 전월(66.9) 대비 4.7p 소폭 상승했다. 다만 이는 연말 수주 물량 집중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1월 전망지수는 68로 3.6p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 기준선은 100으로 100을 밑돌면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업계는 고금리와 원자잿값‧인건비 급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시장 침체는 건설 경기 악화를 불러온다. 특히 업계는 공사비·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 투입되는 보통 인부의 올해 상반기 시중노임단가는 16만9804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6만5545원) 대비 2.6% 오른 수준이다. 5년 전인 2020년 상반기(13만8290원)와 비교 시 22.8% 큰 폭으로 올랐다. 시중노임단가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일급으로 지급하는 기본급여액을 의미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활용된다.
특히 기술인력인의 시중노임단가는 5년 새 20% 넘게 상승했다. 철근공 시중노임단가는 2020년 상반기 21만9392원에서 올해 상반기 26만4104원으로 20.4% 올랐다. 이어 △콘크리트공 23.1%(21만6409원→26만6361원) △조적공 27.1%(20만9720원→26만6624원) △미장공 25.8%(21만6528원→27만2354원) △배관공 26.0%(18만9003원→23만8145원) 등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건설경기 회복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과 8월 주택공급확대, 10월 건설공사비 안정화 발표에 대한 후속조치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통해 부동산 PF 지원 정책으로 △PF 사업장 자금조달 지원 △민·관 합동 PF 사업의 PF조정위원회 실효성 증대 방안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업계 눈높이에 맞는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인하해도 대출 금리는 떨어지지 않았고 미분양 등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행되지 못한 지원들이 빨리 실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건설 현장 특성상 사람의 손이 필요한데 매년 오르는 인건비는 크게 부담된다”며 “인건비와 공사비 등의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