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 공습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C커머스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되면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더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예고한 10%의 추가 보편 관세가 4일(현지시간) 공식 발효됐다. 또 800달러(약 116만원) 미만 수입품에 대한 소액 면세 혜택이 중단된다. 미 연방우정청(USPS)은 중국·홍콩에서 들어오는 국제 소포 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발효되자 즉각 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일부터는 석탄·석유 등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10∼15% 관세를 추가로 물리는 등 보복에 나서겠다고 전한 상태다.
그간 미국은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물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면세 한도를 적용해왔다. 이에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들은 면세 한도를 이용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실제 2023년을 기준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은 800달러 면세 물량의 거의 50%를 차지했으며, 특히 테무와 쉬인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다. 미국 면세 한도로 수입된 물품은 10년 전에 연간 1억4000만건 정도에서 2023년에는 10억건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소액 면제 적용이 사라지면서 C커머스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C커머스의 국내 시장 침투와 미국의 관세 정책이 더해지면 온라인 무역 적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접구매액은 7조9583억원으로 2023년 6조6819억원 보다 19.1% 증가했다.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액은 1조7225억원으로 2023년 1조6972억원 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적자 규모는 6조2358억원으로, 2023년 4조9847억원 보다 1조3411억원이나 늘었다. 중국발 해외직접구매액이 증가한 것이 온라인 무역적자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을 통한 해외직접구매액은 4조7772억원으로 2023년 3조2273억원 대비 48.0% 늘었다. 이는 전체 해외직접구매액의 60.0%에 달한다.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침투의 성장세도 매섭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달 국내 이용자 수는 각각 912만명, 823만명에 이른다. 사용자 수 3260만명인 쿠팡 다음으로 알리(899만명)와 테무(813만명)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는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인해 온라인 무역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시장 개척 등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C커머스 공습에 미국 관세 부과 효과까지 더해지면 온라인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기에 대응하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중국 시장 영향력이 적은 서남아시아 등의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빠른 배송 쪽으로 차별성을 갖춘다면 경쟁력은 있다”면서 “해외 직구 수요가 많은 상품 위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 등 틈새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경기 침체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C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등 해외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