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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최근 광고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숲(SOOP·옛 아프리카TV)’을 대상으로 회계 감리에 돌입했다. 회계 감리의 쟁점은 ‘총액법’ 인정 여부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의 감리 결과에 따라 숲은 수백억원의 매출이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숲을 대상으로 회계 감리를 진행 중이다. 최영우 SOOP 사장 겸 CSO(최고전략책임자)도 전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금감원 조사를 인정했다. 다만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최 CSO는 “금감원에서 살펴보고 있는 게임콘텐츠 광고는 2019년에 도입한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기존의 전형적인 광고 사업과 성격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광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 데이터와 유저·스트리머 삼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기획력을 활용해 광고 콘셉트 기획부터 책임까지 토탈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자사의 게임 콘텐츠 광고가 단순 중개와는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란 의미로 읽힌다.
“기존 광고 사업과 다르다” 어필…왜?
SOOP의 입장에서 게임 콘텐츠 광고가 ‘단순 중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금감원의 감리 쟁점은 스트리머에게 지급되는 광고비를 SOOP의 매출에 포함해 인식하는 ‘총액법’ 적용의 적정성 여부에 달려있다.
SOOP은 광고주에게 광고를 수주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를 광고 용역 수행자로 섭외해 광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 광고를 제작하고 수행하는 스트리머에게 최대 90%의 광고비가 지급되고, SOOP은 스트리머에게 지급된 광고비 외에 중개 수수료만 받으면서 수익 전액을 게임 콘텐츠 광고 부문 매출로 집계하는 총액법을 적용했다.
금감원은 총액법을 적용해 현재처럼 회계를 인식하는게 맞는지, 실질 수수료만 인식하는 순액법을 써야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SOOP이 의도적으로 총액법을 적용해 매출을 부풀렸는지 관련 의혹을 살피는 것이다.
SOOP은 2019년 처음 게임 콘텐츠 광고를 시작했다. 해당 부문 광고 매출이 시작된 것은 2020년으로, 금감원은 이 기간부터 외부감사 검토를 마친 최근 사업분기인 지난해 3분기까지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SOOP의 게임 콘텐츠 광고 부문 매출은 총 560억원 규모다. SOOP은 지난해 4분기 역시 해당 매출을 총액법으로 처리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총액법은 회사가 거래에 주된 책임을 지고 재고 위험을 부담하는 등 ‘본인’의 역할을 할 때 적용한다. 순액법은 회사가 단순히 중개만 하는 ‘대리인’ 역할을 할 때 적용한다. SOOP이 ‘단순 섭외가 아닌 다른 새로운 형태의 광고’라는데 베팅하고 나선 이유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SOOP의 경우 게임 콘텐츠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 밖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장부상 매출이 줄어든 만큼 기업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유사 사례로 택시 가맹사업 수수료를 총액법으로 계상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회계기준을 순액법으로 바꾸며 기존 총액법 적용 대비 매출이 30~40%가량 감소했다.
부정적 이미지는 기업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감원이 회계감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SOOP 주가는 3800원(3.06%) 내린 12만300원에 마감했다.
애매한 총액법-순액법 적용…감리 쟁점, 계약 형태·의도성될 듯
업계는 스트리머 플랫폼의 콘텐츠 광고 사업 계약을 두고 총액법, 순액법 적용이 애매모호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기업법무 변호사는 “스트리머 플랫폼의 업체 계약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순액, 총액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회계법인 전문가는 “명목상 중개수수료라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된 내용과 거래의 실질에 따라 단순 중개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필요해 일괄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리 중 사안으로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부분 회계 처리가 계약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도 양측 간의 계약이 있었기 때문에 총액인지, 순액인지 갈린 것이다. 계약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회사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의도성’이다. 일부 계약서를 새로 쓰는 식으로 문제를 덮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계약서에 단순 섭외 역할이 아닌 ‘기획 업무’와 같은 문구가 명시되도록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조사에서 고의성이 확인되면 회사 경영진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SOOP은 “계약서 변경은 2019년부터 매년 보완해 왔다. 특별한 목적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며 “과거 거래 내용에 맞지 않은 계약사를 차용해 써와, 실질에 맞게 점진적으로 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의견도 수 차례 받아 공시된 점을 근거로 댔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전반적인 정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