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수급추계위 법제화 공청회…구성·권한 이견 ‘팽팽’

의료인력수급추계위 법제화 공청회…구성·권한 이견 ‘팽팽’

기사승인 2025-02-14 13:06:31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적정 의료인력 수급추계를 논의하는 위원회 구성과 권한을 놓고 보건학 전문가, 의료계, 환자 등 각계 의견이 팽팽이 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의료계 단체와 학계 전문가, 환자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해 추계기구 구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추계위 필요성에 이견이 없었으나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할지를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현재 국회 복지위에 제출된 추계기구 법제화 관련 법안은 총 6건으로 모두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적정 의료 인력 규모를 논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추계위 구성과 권한 범위 등 세부 사항에선 차이가 있다.

“추계위 구성, 의료 공급자·수요자 균형 이뤄야”

보건학 전문가들은 추계위 구성은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사 등 특정 이해당사자 일방이 의견을 주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추계위를 총 21명으로 구성하되 구성 비율을 전문가 3분의 1, 소비자 추천 전문가 3분의 1, 공공 분야 3분의 1 등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은 공공 분야 대표 중에서 호선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추계위가 운영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는 건 의료계와 공통된 생각이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신 연구교수는 “추계위는 추계 결과를 심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 역할을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추계위의 수급 추계 결과를 준용해야 한다”며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추계위에서 이해당사자 한 쪽이 의견을 주도하는 구성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추계위 밑에 직종별 전문분과위원회를 두고 해당 직종 위원의 과반 참여를 보장한다면 현장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정심·인정심·민간기구?…의사결정 권한 이견

추계위를 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인정심) 산하에 둘지 아니면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의협 측 참석자들은 추계위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독립적인 의결기구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보정심 산하에 추계위를 두는 것은 절대 반대”라며 “독립성, 중립성, 투명성, 전문성 확보를 위해 비정부 법정단체나 법인 형태여야 하고, 자체 의결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미국은 의사 추계와 관련해 위원회가 3개나 존재하고, 네덜란드도 복지부 산하에 추계위를 두더라도 별도 이사회가 있어 독립된 구조로 운영된다”면서 “정부는 보건의료 단체가 자발적으로 의료인력 추계를 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지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도 “정부가 위원회 구성 권한을 갖는다면 정부 입맛에 맞게 운영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의료정책 심의는 독립된 중개기구에서 전문가 위주로 과학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 방식 등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반면 추계위에 의결권을 주기보다는 논의 결과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추계위 역할과 권한은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합의 기구인 보정심·인정심에서 추계위 결과를 반영해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일 경우 심의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냈다.

김기주 병협 기획부위원장은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의 입학 정원은 교육의 질적 관리나 교육 환경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국가의 전반적 교육정책이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현행과 같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수 추계는 의료 이용 형태 변화, 의료전달체계, 의학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훈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 인력 수급은 국가 전체의 인적 자원 전략과 맞물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인력 추계는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솔직한 논의와 협력이 중요하다”라며 “위원회가 도출한 권고사항이나 추계 결과를 정부,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 사유를 분명히 설명하도록 하는 이견 설명 절차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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