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사태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의료현장을 떠난 1만여명의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고 있어 의료공백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제안’이라는 회유책을 내놓으며 의정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11시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율은 8.7%에 그쳤다. 1만3531명 중 1177명만 의료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출근율은 10개월 넘게 한자릿수다.
내년 3월에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2025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전국 181개 병원에서 총 3594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지원자는 314명에 그쳤고 181명이 최종 선발됐다. 모집 인원 대비 확보 인원이 5%에 그친 것이다.
필수의료 과목의 전공의 확보율은 더욱 저조한 수준이다. △산부인과는 188명 모집에 1명 선발(확보율 0.5%) △신경과 117명 모집에 2명 선발(1.7%) △소아청소년과 206명 모집에 5명 선발(2.4%)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5명 모집에 2명 선발(3.1%)에 불과했다. △내과 역시 700명 모집에 20명(2.9%)을 겨우 확보했다. ‘신규 의사 배출 절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의정갈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월19일부터 12월20일까지 약 10개월간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924건에 달한다. 수술 지연 504건, 입원 지연 44건, 진료 차질 220건, 진료 거절 156건 등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의정갈등 사태 이전부터 발생했던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심각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의정갈등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의사단체들은 내년 의대 모집을 정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못 박고 있다. 실제 입시 절차상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7일 2025학년도 수시 모집 추가합격자 등록이 마감됐고, 오는 31일 정시모집이 개시되기 때문이다.
의정갈등 해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이 제안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이다. 강선우, 김윤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 법안은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해 의대 정원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강 의원 안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으며, ‘전(前)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때 이를 조정하거나 정원을 감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범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인력 추계 및 수급을 위해 요구했던 사항들”이라며 “안정적인 의료인력 수급에 따른 미래의료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 법안이 전공의들의 복귀 명분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올해 의대생들과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 복귀 여부를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에서 명시하는 ‘감원’ 규모가 원래 정원(3058명)인지 증원된 4567명을 놓고 말하는 건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