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검토…“정부‧민간 관세전쟁 힘 모아야”

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검토…“정부‧민간 관세전쟁 힘 모아야”

기사승인 2025-02-14 16:54: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조건 변경을 추진하는 등의 미국 현지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이 미국을 찾아 대미 협상을 본격화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내 투자 기업에게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보조금 수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3조4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미 상무부에서 지원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를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는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비관세 요인까지 고려해 4월 이후 자국의 주요 무역수지 적자국에 맞춤형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다만 상호관세를 당장 도입하는 것이 아닌 오는 4월 1일부터 상호관세 부과 논거를 제공할 행정부 차원의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은 대미 협상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안보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 참석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회담으로 외교안보 현안과 함께 경제 현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오는 17일 워싱턴 DC에서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자를 만나 트럼프 2기 통상 정책과 한미 무역 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정부 고위 통상 당국자가 워싱턴 DC를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달 초 워싱턴 DC를 찾아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한미 경제‧산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가 취임 후 이달 말까지 카운터파트 진용이 갖춰지면 미국을 찾아 고위급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경 관리 및 마약 유입 방지’란 명분으로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오는 3월 12일부터는 철광‧알루미늄 제품에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해 한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핵심 무역 적자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나 반도체‧자동차 대상 별도 관세 조치는 큰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재계도 대미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는 19~20일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워싱턴DC를 공식 방문할 계획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민간 경제사절단이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사절단은 갈라디너, 고위급 면담 등 아웃리치 활동으로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확대한다. 정부 간 경제 협력 논의에도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사절단은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을 홍보하며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상 국정 공백상태이기에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큰 상황”이라며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도 협상을 통해 쿼터제로 세금 부담을 덜었던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이기에 일반적인 정치 리더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주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이 아닌 협상이라 생각하고 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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