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선택지 다각화…국내외 개발 잰걸음

치매치료제 선택지 다각화…국내외 개발 잰걸음

기사승인 2025-02-24 06:00:10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치매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늘면서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제형 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쏟아지며 치료제 선택지가 다각화되는 추세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중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 열기가 최근 뜨겁다. 전 세계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은 65세 이상 기준 약 5%로, 나이가 5세 증가할 때마다 2배씩 높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관련 시장은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 8개국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안에 193억 달러(한화 약 2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내놓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미국 일라이릴리의 ‘키순라’(도나네맙)가 출시된 이후 치매 치료제 시장에 활기가 일었다. 두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데 그쳤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 병의 진행 자체를 지연시켜 주목을 받았다.

박영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출시된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원인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라며 “레켐비의 경우 환자마다 편차가 크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획기적으로 진행 속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순라는 2~3년 뒤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여러 연구가 성과를 보이면서 치료 옵션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신약 개발 투자는 탄력이 붙었다. 제형을 개선해 투여 편의성을 높이는가 하면 약효를 강화하는 신기술도 적용하고 있다. 피하주사(SC) 형태로 투여하는 치매 치료제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바이오젠, 에자이는 레켐비의 피하주사 제제인 ‘레켐비 오토인젝터’에 대해 FDA로부터 생물학적제제 허가 신청(BLA)을 승인 받았다. 키순라의 피하주사 버전인 일라이릴리의 ‘렘터네터그’(알렘투주맙)도 지난 2022년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일라이릴리는 2030년 10월 임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레켐비와 키순라는 월 1회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 받아야 하지만, 자가 투여 제형은 환자가 주 1회 집에서 주사하면 된다. 이를 통해 약물 부작용은 줄이고, 투여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 환자들은 병원을 자주 방문하거나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업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편의성을 높인 피하주사 제형이나 경구제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은 경구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리바이오의 ‘AR1001’은 매일 한 알씩 복용하는 방식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내년 초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한 후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동아ST는 치매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타우 단백질의 응집을 막는 저분자 화합물(DA-7503)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임상 1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선 약물의 뇌혈관 투과율을 높이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약물을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치매 치료제의 차세대 기전으로 꼽힌다. 스위스의 로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물질 간테네루맙에 뇌혈관장벽(BBB) 투과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후보물질 트론티네맙을 개발 중이다. BBB란 뇌의 말초혈관에 위치한 일종의 검문소로 색소, 약물, 독물 등 이물질이 뇌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경증·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트론티네맙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기존 약제보다 빠르게 제거되는 것을 확인됐다. 미국의 애브비와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 역시 BBB 투과 기술을 접목한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해 후보물질 발굴 및 플랫폼 기업 인수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경증·중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방이 가능한 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호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 키순라 같은 원인물질 제거 기전의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약물을 개선해 나가면 질환의 치료부터 예방까지 아우르는 비약적 발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영호 교수도 “미국에선 단일클론항체를 활용한 알츠하이머병 예방 신약에 대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며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고위험 환자가 정상 인지 상태일 때부터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치료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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