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인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올 연말 국내 출시를 앞뒀다.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신약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치매학회는 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도입을 앞둔 레켐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지난 2023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 속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축적을 막는 효과를 낸다.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에서 승인을 획득했고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는 12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레켐비 3상 임상시험 결과 1년6개월 시점에 치료제 투여군에서 위약군 대비 질병 진행(인지 기능 악화)이 27%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일상생활 기능 저하를 37% 늦추는 효과도 입증됐다. 권장 용량은 체중 1㎏ 당 10㎎으로 2주에 한 번씩 병원에서 1시간 동안 정맥 주사로 투여받는다. 레켐비 투여 환자에서 뇌부종과 뇌미세혈관 출혈 등의 이상 반응이 보고되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최성혜 치매학회 이사장은 “3상 임상시험에서 투약 후 단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비율은 전체(1795명)의 26.4%였는데 아시아 인구만 놓고 보면 303명(한국인 128명) 중 12.4%로 절반 이하였다”며 “뇌부종 비율 12.6%에서도 아시아인은 6.5%로 절반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비싼 비용이다. 미국의 경우 연간 약 3500만원, 일본은 2700만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한국에서도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가격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사용 조건도 까다롭다. 레켐비 치료 시작 전엔 최근 1년 내 뇌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영상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관련 이상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치료 기간 중에도 증상이 없는 부작용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5·7·14차 투여 전에 MRI 촬영이 필요하다.
최 이사장은 “환자 입장에선 보험이 안 되고 고가여서 부담이 클 수 있고,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도 사용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신약이 우리나라에 잘 연착륙해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학회와 치매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나올 치매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최 이사장은 “레켐비는 2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도 개발되고 있다”면서 “6개월 동안 두 번 맞는 주사나 자가 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제까지 개발이 가능해 향후 더 좋은 치매 신약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