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감 고조…정부·의료계 벼랑 끝 대치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감 고조…정부·의료계 벼랑 끝 대치

19~24학번 의대생 96% 휴학 의사 밝혀
‘트리플링’ 현상 우려…“국가 의료 경쟁력에 치명적”
내년 의대 정원 평행선…이달 말 복귀 ‘골든타임’

기사승인 2025-03-05 15:34:14
서울의 한 의과대학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계속 대치 중인 가운데 이대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3058명인 2024학번과 4567명인 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 상황이 현실화됐다. 지난해 휴학한 24학번 의대생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으면서다. 교육부에 의하면 4개교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의대가 전날 개강한 가운데 올해 신입생 중에서는 60% 이상이 수강신청을 완료했지만 25학번 신입생을 제외한 의대생 96% 이상은 휴학 의사를 밝힌 상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전국 40개 의대 24학번부터 19학번(본과 4학년)까지 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휴학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5%)이 학교 측에 25학년도 1학기 휴학 의사를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협 관계자는 “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이며 이에 대한 반대가 휴학으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올해도 작년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칫 내년에 1만명이 넘는 3개 학번이 한 번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의료계 원로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세계적 수준의 대한민국 의학 학문의 발전과 연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짚었다.

대한의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한국의학교육학회 역대 회장 및 이사장과 의대 출신 역대 대학 총장들은 4일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따른 대규모 학생 휴학과 전공의의 사직으로 빚어지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에 우려를 표한다”며 “국가의 의료 경쟁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위기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5년에도 학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2년째 의사 배출이 이뤄지지 않게 되며, 증원과 휴학으로 누적된 학생들로 인해 정상적인 의대 교육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정부와 의대, 의료계가 조속히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 해결의 쟁점인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는 내년도 정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는 방안은 정부 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달이 학생 복귀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24학번이 이달 말까지는 복귀해야 올해 신입생과 분리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올해도 휴학하면 내년에는 24학번과 25학번, 26학번 3개 학년이 겹쳐 교육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복귀하고 싶을 때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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