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극약처방 꺼낸 현대제철…불황·노사 갈등 파고 넘을까

‘셧다운’ 극약처방 꺼낸 현대제철…불황·노사 갈등 파고 넘을까

- 인천공장 4월 한 달 셧다운, 철근 수요 줄어 재고↑
- 희망퇴직 등 전사 경영쇄신 단행…노사 갈등 악화일로
- 美 현지 생산 ‘돌파구’…“韓보다 나은 조건, 관세 대응”

기사승인 2025-03-28 06:00:11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연합뉴스 

철강 불황 장기화와 더불어 노사 갈등을 지속 중인 현대제철이 결국 희망퇴직 및 셧다운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최근 밝힌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과 맞물려 국내외 철강산업 환경이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체를 오는 4월부터 한 달간 전면 셧다운한다. 철근공장 전체 생산라인을 멈추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봉형강은 건설, 기계, 자동차, 조선, 에너지·플랜트 산업 등에 두루 쓰이는 기초 철강 소재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 국내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철근시장의 수요 부족이 이어져 철근 재고가 소비없이 쌓여만 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생산 캐파는 각각 연 150만톤, 200만톤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철근 재고가 감소하는 등 시장 공급 과잉이 완화할 때까지 감산 조치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단순한 정기 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한 감산 조치”라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 전환 배치를 신청받은 데 이어, 지난 14일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전 임원 급여 20% 삭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만 50세 이상)을 단행하는 등 최근 전사적인 경영쇄신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 트럼프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사측은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특단의 조치”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 온 노사 임금단체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 450%+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그룹사인 현대차의 ‘기본급 500%+18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총파업을, 사측은 직장폐쇄를 실시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경. 현대제철 제공 

이처럼 국내 철강산업 환경이 점점 악화하자 현대제철은 미국 첫 제철소 건설 계획을 밝히며 현지 생산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 루이지애나주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들여 연 생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와 부품, 물류, 철강, 미래 산업 등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해당 제철소는 자동차강판 특화 제철소로서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을 생산하는 원료 생산 설비(DRP, Direct Reduction Plant, 직접환원철 원료 설비)와 전기로, 열연 및 냉연강판 생산 설비로 구성될 예정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조치인 데다, 미국의 경우 국내 업황 대비 견고한 철강 수요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보다 전기요금이 낮고 물류비 절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MWh(메가와트시)당 95.3달러로, 84.5달러인 미국 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간 정부는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도 주택용 전기요금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왔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국제유가 급등, 한전 경영난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이해하지만, 산업용에 집중된 요금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생산·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미국 현지 생산 계획 발표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 철강 산업 침체를 극복하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한편 수익 중심 사업체계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신규로 가동되는 HMGMA(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와도 인접해 있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며, 현대차·기아를 넘어 미국 완성차 그리고 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을 비롯해 유럽 현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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