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주택 공급의 핵심으로 평가되는 재건축 규제완화 법안 등 여러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폐기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와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절차 단축, 용적률 법적 상한 1.3배가 포함된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특례법)’이 대표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는 임기 내 전국 27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재초환 폐지, 재건축 특례법, 안전진단규제 완화 등을 발표했다. 8‧8 공급 대책에 포함된 정책 과제는 총 49개다. 이 중 17개(35%)가 법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으로 모두 국회에서 표류 중인 상황이다.
재초환 폐지는 정부와 야당의 입장차이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그 금액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정부는 건설 자잿값 인상 등으로 재건축이 활기를 잃자 공급 유인책으로 이를 내놓았으나 야당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민주당은 재초환 완화법이 9개월 전 시행돼 폐지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 재건축 기간을 약 3년 단축시킬 수 있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정부는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 요건을 75%에서 70%로 낮춰 재건축 기간을 단축시키려 했다. 큰 틀에서 여야는 뜻을 모았으나 일반법을 개정해 대상 사업장을 넓히느냐, 정부 방안대로 특례법을 새로 제정하느냐의 방법론에 이견을 겪고 있다.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재건축 패스트트랙법도 사실상 지침 공백 상태에 놓였다. 패스트트랙법은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에 한에 안전진단을 통고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먼저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을 인정받은 뒤에야 조합 설립 등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을 통해 재건축 진단의 실시 기한을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로 완화됐다. 약 3년 이상의 기간 단축이 기대됐지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조기 대선 모드에 들어서며 세부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에도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부터 2025년까지 50만 가구 이상 공급 부족이 누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산연은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54만호에 달하던 인허가 물량이 2023년 42만호, 2024년 35만호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착공 물량도 33만호로 크게 줄었다.
분양 물량도 △2019년 31만4000호 △2020년 34만9000호 △2021년 33만7000호에서 △2022년 28만8000호 △2023년 19만2000호 △2024년 23만호로 감소 추세다. 올해는 25만호로 전망됐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공급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정비사업 등과 관련해서 정부도 공급 당위성이나 필요성은 인지했다”면서 “다만 조기대선으로 인해 관련 하위입법 등은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인허가나 착공건수 확대를 제한할 수 있다”며 “분양가 상승, 지방은 미분양으로 인해 시장 위축이 되는 만큼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빠른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에도 주택 공급 확대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초환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기대선에도 공급 확대 기조에 크게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공공과 민간 분양 중 어떤 부문을 확대할지 방향성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윤 정부 국정과제는 과다하게 강화된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와 정비사업 확대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였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이 같은 기조를 확 바꿀 수는 없다. 이미 기반을 다져놨기 때문에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