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가 ‘악연’에 대처하는 법 [쿠키인터뷰]

신민아가 ‘악연’에 대처하는 법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주연 배우 신민아 인터뷰

기사승인 2025-04-12 06:00:07
배우 신민아. 넷플릭스 제공

버석한 얼굴로 악연을 마주했다. 복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강렬했던 살의는 결국 꿈에 그쳤다. 그렇게 유일한 선인으로서 유일하게 살육전에서 생존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속 주연의 이야기다. 

극 중 주연으로 분한 배우 신민아도 다르지 않았다. 9일 서울 종로6가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만난 그는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이 많은데, 이 괴로움이 언젠가 스스로 괴롭히는 순간도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주연이에게 공감이 됐다”고 돌아봤다.

지난 4일 공개된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주연은 고등학교 시절 한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외과 의사다. 트라우마를 안긴 당사자 박재영을 환자로 만나며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지만, 결국 자신다운 결론을 내린다. 이는 작품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가해자들은 기억도 못 하는데 주연이는 박재영을 만나기 전까지 고통 속에 살잖아요. 그런데 그 고통은 사실 주연이의 고통이에요. 용서했다기보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끊어내는, 고통을 내려놓는 이야기 같아요.”

개성 짙은 악인들 사이에서 임팩트는 약해 보이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품은 캐릭터를 적절히 표현해 작품의 강약을 책임졌다. 연기하기에는 까다로웠을 터다. 신민아 역시 이에 동감하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트라우마에 갇힌 채 의사로 일하다가 생각하던 인물과 맞닥뜨리는데, 이게 맞는 건지 모르는 감정을 계속 느끼는 역할이었잖아요. 하나의 감정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감정 표현을 가볍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부분에서 고민이 커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었어요.”

고민한 보람이 있었다. 신민아는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상냥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늘한 주연의 분위기를 제대로 그려냈다. 그러나 본인은 조명에 공을 돌렸다. “상처받고 피폐한 사람보다는 왠지 이상하고 아픔이 보이는 듯한 느낌을 원했어요. 레퍼런스도 그랬고요. 현장 조명이 어두워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 모습이 새롭고 좋더라고요. 감정을 잡는 데 도움이 됐고, 표정들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배우 신민아. 넷플릭스 제공

‘로코퀸’은 온데간데없었다. “많은 분이 제가 로맨틱 코미디 할 때도 좋아해 주셨고,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로맨틱 코미디는 몇 개 없어요. 하지만 그런 수식어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요. ‘악연’은 너무 재밌어서 선택했지만, 이 작품에서의 모습도 낯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저를 러블리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작품이 원하는 포지션에 맞게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기괴하면서도 음울한 서사였지만,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단다. 특히 박재영의 신분을 훔친 ‘목격남’ 김범준을 연기한 박해수에 대해 “화상 분장이 너무 무서웠는데, 본체는 배려심 깊은 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허세가 전혀 없고 따뜻하셨어요.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센 캐릭터를 많이 하셨는데, 본성 자체가 선한 느낌이었어요. 골목길에서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 끝나고 머리를 예쁘게 정리해 주셨어요. 감동이었죠. 작업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건데 좋은 사람한테 끌리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매력적이셨어요.”

신민아는 ‘악연’을 통해 자신의 새 얼굴을 또 한 번 발굴해 냈다. 호평이 쏟아지지만, 자신에게 건네는 칭찬은 “잘 버텼다”가 전부였다. 의외로 본인에게 엄격한 편이었다. “평가를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책임감도 있고요. 작품을 할 때마다 쉽게 마음을 못 놓아요. 더 냉정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주하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악역이 끌렸단다. 그중에서도 김범준이 탐났다는 신민아는 “다음 기회”를 외쳤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다며, 도전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겠지만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 측면에서 주연이는 다른 인물에 비해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떤 장르와 어떤 모습으로 보여드릴지 모르겠지만, ‘악연’처럼 훌륭한 배우들과 한 작품을 끌어나가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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