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소량으로 암·치매 선별…국산 진단기기, 해외진출 속도

혈액 소량으로 암·치매 선별…국산 진단기기, 해외진출 속도

기사승인 2025-04-28 06:00:07
게티이미지뱅크

복잡한 영상 진단 없이 몇 방울의 혈액으로 질병을 선별할 수 있는 국산 검사 기술이 해외 각국에서 기능을 인정받으며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업계는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평균 수명 증가와 고령 인구 확대에 따라 암 조기 선별검사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암 조기검사 시장이 2024년 약 1조5000억원에서 연평균 17%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 약 3조8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혈액진단 키트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들 기업의 기술을 이용하면 간단한 채혈만으로 암이나 뇌질환 등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고가 영상 장비가 없어도 선별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피플바이오의 경우 ‘알츠온’이라는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키트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수치로 정량화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인지기능 검사나 영상 장비를 활용한 방식은 인지 저하가 확실히 나타나야 진단이 가능했지만, 알츠온은 증상이 없어도 소량의 혈액을 통해 아밀로이드베타 수치를 파악할 수 있다.

알츠온은 지난해부터 해외에 론칭되기 시작했다. 태국, 헝가리, 말레이시아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정식 유통되고 있으며 올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영국에서 허가를 완료하고 유통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글로벌 검진센터인 Synlab과 함께 뇌 건강관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교두보 삼아 유럽 지역 검진센터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피플바이오 관계자는 “론칭을 완료한 국가에서 매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동, 오세아니아, 유럽 지역의 파트너사들과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티스는 지난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프로테오믹스 기반 유방암 조기진단 혈액 검사 ‘마스토체크’를 출시했다. 혈액 내 유방암 관련 단백질 바이오마커 3종의 정량값을 특허 알고리즘에 대입해 유방암 여부를 진단한다. 이는 유방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기존 유방촬영술에 비해 환자의 부담이 적어 주목을 받았다. 동남아시아 진단 서비스 업체들과 힘을 모아 2022년 싱가포르에 진출했으며, 올해는 필리핀과 태국에서 상용화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생명공학 기업과 협업해 중동 7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현지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과 공급 계약을 갖고 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서비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베르티스 관계자는 “올해 마스토체크의 해외 진출과 더불어 췌장암 등에 대한 진단 포트폴리오 확장, 단백체 분석 서비스 ‘PASS’의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PASS 서비스로 제공한 엑소좀 및 표적 단백질 분해(TPD) 치료제 관련 연구 결과들이 글로벌 학술지에 게재되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GC지놈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법을 활용한 다중암 조기 선별검사인 ‘아이캔서치’를 개발했다. 아이캔서치는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담도암, 식도암, 난소암 등 주요 암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최근 미국 지니스헬스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미주 지역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또 아이엠비디엑스는 영상 검사보다 빠르게 암의 재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알파리퀴드’, ‘캔서디텍트’를 선보였다. 대장암, 위암 등 8종 암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캔서파인드’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대만 출시 이후 유럽,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위한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한편, 국내 시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규모가 줄면서 기술 경쟁력이 높은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확대를 위해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수출을 이끌어 낸 사례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업계는 국산 진단기기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려면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단 의료기기 개발 활성화와 함께 시제품 생산 이후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연구개발(R&D) 지원 △인재 유치를 위한 기반 마련 △해외 인허가 및 현지화 과정에서 필요한 실무 정보, 분석 자료 제공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 진단 기술은 건강검진이 대중화되지 않은 국가에 진출하면 주요 진단 검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며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진출하려면 임상시험 및 현지 허가 과정에 대한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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