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성 희귀질환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료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HUS 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한 자리로, 현행 사전승인제도가 aHUS 환자들의 신속한 치료를 지연시켜 생명을 위협한다는 문제의식 마련됐다. 연합회는 전문가 및 환자 대표들과 함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현재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받기 위해 사전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급성 희귀질환인 aHUS의 경우 발병 후 48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14일의 심의 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aHUS 치료제인 ‘에쿨리주맙’(제품명 솔리리스)의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사전승인율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엔 승인 건수가 5건 중 1건에 그쳤다. 이에 연합회와 환자들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고충 민원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정진향 연합회 사무총장과 환자 대표, 강희경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하정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양철우 전 가톨릭의대 신장내과 교수 등이 참석해 aHUS 치료 지연의 심각성과 제도적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사무총장은 “최근 5년간 aHUS를 진단받은 성인 환자 39명 중 82%가 말기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며 “사전승인제도는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적 절차로 인해 치료제를 제때 투여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aHUS는 전신의 미세혈관에 손상을 입히는 중증 질환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장 손상은 물론 심부전, 뇌졸중 등 치명적 합병증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응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간담회를 통해 aHUS 환자들이 겪는 고충을 직접 듣고, 제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연합회는 민원서를 통해 에쿨리주맙을 사전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반 심사로 전환해, 환자들의 신속한 치료 접근을 보장할 것을 권익위에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