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올해 1분기 매출 호조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해외 인허가 확대와 보험 수가 적용을 통한 외형 확대가 기대된다.
14일 공시에 따르면 루닛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6% 증가했다. 특히 해외 성과가 두드러졌다. 해외 매출은 179억원으로 전년보다 327.1% 늘었으며,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 자회사 볼파라 헬스를 인수한 이후 암 진단 분야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이끌어내고 있다. AI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9% 증가했으며, 암 치료용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매출도 135% 늘었다.
2분기에도 해외 매출이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올해 초 볼파라의 북미 판매망을 통해 루닛의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판매가 개시됐다. 이는 루닛 제품이 볼파라 유통 채널을 통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로, 미국 매출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뷰노 역시 9분기 연속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뷰노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지속적 상승세는 주력 제품인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인 ‘뷰노메드 딥카스’가 주도했다. 딥카스는 현재 국내 약 6만2000개 병상에서 사용 중이며, 필수의료 영역에서 입지를 강화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해외 매출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뷰노는 최근 ‘하티브P30’이 유럽 의료기기규정(CE-MDR) 승인을 받으며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딥카스는 올해 3분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딥카스는 앞서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바 있어, FDA 허가 후에는 가산 수가 적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코어라인소프트와 체결한 ‘뷰노메드 렁CT’ 양도 계약으로 발생한 30억원은 2~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또 다른 의료 AI 상장사인 딥노이드도 1분기 긍정적 실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딥노이드의 연간 매출은 108억4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1.1% 급증했다. AI 기반 영상 판독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 보안,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는 의료 AI와 보안 AI 부문의 고성장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79.1% 증가한 1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유건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항·항만용 엑스레이 검사 시스템과 기업 보안 솔루션이 핵심 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며,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 확대와 현금흐름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의료 AI 업계 전반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루닛과 뷰노, 딥노이드는 1분기에 각각 206억원, 34억원,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의정 갈등 여파로 국내 의료기관의 신규 처방이 크게 줄었고, 해외 인허가 및 임상 연구개발(R&D) 비용 투입도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AI는 미국조차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 있는 분야로, 잠재력을 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할 산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