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대선 후보들은 산업은행 본사, 해양수산부·HMM 부산 이전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표심 공략에 나섰지만 정작 부산 민심은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방문한 부산 국제시장과 부전시장은 평일임에도 ‘어서 오이소’를 외치는 상인들의 외침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묻자 “먹고 살기 바빠 뉴스도 잘 안 본다” “투표 참여도 고민 중”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부산은 지난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총 세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58.25%,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은 66.36%를 득표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강했던 22대 총선에서도 부산 18개 지역구 중 민주당은 단 1석만을 차지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파면을 겪으며 ‘보수의 아성’에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부산 민심은 반(反)이재명 정서가 매우 강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는 도덕성에 대한 우려가 일순위로 꼽혔다.
국제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배모(80)씨는 “아무리 찍을 사람이 없다캐도 이재명은 내 못 찍어줍니더”라며 “25만원 준다고 해가 어차피 다 우리 세금인데 살림살이에 무슨 도움이 됩니꺼. 안 받고 말지예”라고 말했다. 옆에서 가방을 구경하던 70대 여성 손님도 “전과도 많고 거짓말을 밥술갈뜨듯이 한다 아입니꺼”라며 편을 들었다.
시장 단골인 박모(81)씨는 “부산 사람은 아무리 돌아서도 결국 국민의힘”이라며 “이재명이는 대법원장도 탄핵하고 재판하는 것도 중지시키고 암만 대통령이 된다캐도 그라는 법이 어딨노”라며 토로했다.
부전시장에서 과일가게를 10년 운영해 온 허모(63)씨는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손가락으로 ‘2’를 상징하는 브이(V)자를 그렸다. 허 씨는 “김문수 후보는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온 것 같고, 뉴스를 보니 설난영 여사도 검소해보였다”며 “이재명은 전과도 있고 거짓말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보수 정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의 균열도 감지됐다.
허 씨는 “만약에 민주당에서 이재명이 아니라 다른 후보가 나왔으면 달랐을 것 같다”며 “사실 국민의힘이 3년 동안 해준 게 뭐가 있냐. 당색이 바뀌어도 할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품 가게를 20년째 운영해 온 석모(62)씨는 “결국 조기 대선을 하는 원인은 윤 전 대통령 때문”라며 “그런데도 국힘에선 여전히 ‘윤핵관’들 영향력이 세지 않나. 나는 김문수보다는 한동훈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래구에 거주 중인 권모(31)씨는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걸 보고 대선에서 이길 생각이 있긴 한가 싶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상구에 거주하는 신모(59)씨는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경력도 있어서 일을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부산 사람들도 이제는 발전을 위해 바뀌어야 하지 않나. 당이 아닌 사람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진구에 거주하는 김모(57)씨는 “부산이 보수가 강세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와 거주하는 사람도 많아 민주당 지지자들도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들은 대선 후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을 묻자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허 씨는 “부산은 공장도 없고 회사도 없고 젊은 사람들이 벌어 먹고살게 없어서 나이 드신 분만 늘어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대 졸업생인 황모(28)씨는 “주변에서도 뽑을 사람이 없다고 하는 반응이 대다수”라며 “선거철마다 지역 발전을 시키겠다는 말뿐인 공약에 기대감 자체가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총 914곳의 대선 투표소를 확정했으며 사전투표는 오는 29~30일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