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넘겨 이어진 ‘의료공백’…이재명 정부 ‘의료개혁’ 향방은 [이재명 정부]

정권 넘겨 이어진 ‘의료공백’…이재명 정부 ‘의료개혁’ 향방은 [이재명 정부]

기사승인 2025-06-04 06:00:07 업데이트 2025-06-04 06:45:37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윤석열 정부가 퇴장하며 의료개혁의 바통이 이재명 정부로 넘어갔다. 비급여 및 실손보험 체계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2차 개혁안까지 발표된 가운데 전 정부는 개혁 방안을 정리해 새 정부에 인계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의대생 복귀는 요원하고 의료계와의 갈등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여러 직역과 숙의를 갖고 의료개혁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4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는 의료 정책 연속성과 의료 현장 안정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되던 일부 정책은 이어받겠지만,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이 담긴 1차 실행안을 공개했으며, 지난 3월 △포괄 2차 지역병원 육성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전공의 수련 혁신 등을 포함시킨 2차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3차 실행안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면허제도 선진화 △초고령 사회 대비 회복기 재활 및 재택의료 등 의료전달체계 확충 △필수·지역의료 중심 지불보상 구조 개편 △미용의료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며 개혁 추진에 제동이 걸렸고,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과제를 넘겨받아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과 제도 정비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대부분의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이탈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당장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련 재개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주요 수련병원의 5월 추가 모집에도 대규모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련병원 사직 전공의 추가 모집 결과 총 860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추가 모집에 지원한 전공의까지 합치면 지난 2일부터 수련에 들어간 전공의는 총 2532명이다. 이는 의정갈등 이전(1만3531명) 대비 18.7% 수준이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전문의 배출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공의들은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게 된다. 올해 수련은 3월에 시작됐기 때문에 5월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신규 전문의 수급 축소는 곧 지역·필수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의 수급이 중단되면 중환자실,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기존에도 인력이 부족했던 진료과들의 인력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출범

전공의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해 새 정부는 의료계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달 6일 페이스북에 “과학적 근거도, 의료 교육 현장의 준비도 없이 밀어붙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문제의 시작”이라면서 “당사자 의견이 반영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필수의료 정책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다.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의료개혁의 대원칙과 방향을 의료계와 합의하고, 이후 세부 정책은 투명한 공론의 장을 거쳐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약집을 통해 의료개혁 방안으로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과 공공의료 사관학교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의료의 질과 안전성을 고려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며 “보완적 수단으로써 비대면 진료의 의료법적 근거 확립 및 무분별한 시범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공공·지역 의대 신설을 약속한 지역은 전남과 전북, 인천, 경북 등 4곳이다. 이외에도 보건의료 분야 공약에 △맞춤형 주치의제 활성화 △국고 지원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와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 △희귀난치질환 지원 확대 및 소아비만·당뇨 국가 책임 강화 등이 담겼다.

의료진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환자를 옮기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새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수의료 강화 필요성은 정치권과 의료계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의료계와 협력해 일부 정책은 수정·보완된 형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가 전 정부의 정책 추진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료계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진솔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향후 의료 정책 추진은 의료계와의 협상 과정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영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육연구처장(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은 “윤석열 정부가 1년 넘게 의료 환경을 망쳐버린 가장 큰 원인은 거버넌스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의료계와의 충분한 숙의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성공적인 의료개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 가장 먼저 검토됐어야 할 의료개혁 정책은 지역 일차의료 강화였다”며 “이번 정권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연계 체계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종훈 고려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의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의료개혁은 윤 전 대통령이 구상한 게 아니라 복지부가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던 걸 실행한 것”이라며 “지금에 와서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혁이나 비급여·실손보험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는 파탄 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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