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넘어야할 산 많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넘어야할 산 많다

기사승인 2022-01-08 06:00:02

주요 대선주자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말하자 대중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식 공약으로 채택한 것도 아닌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그만큼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탈모인들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다. 탈모 치료 전문가조차도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이재명이 쏘아올린 공에 ‘폭발적 반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일 한 30대 남성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요청에 대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연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관련 홍보영상까지 만들어 표심을 공략했다. 

그러자 탈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공약만 지킨다면 누가 나와도 이재명을 뽑겠다는 반응 등을 보이며 환호했다. 탈모샴푸를 만드는 한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일 상한가를 쳤다. 탈모치료제를 개발한 국내 제약회사의 주가도 요동쳤다. 탈모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홍보하는 제약사도 나왔다.  

지금도 탈모치료에 건강보험은 적용된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원형탈모증·안드로젠탈모증·기타 비흉터성 모발손실·흉터 탈모증(흉터성 모발손실) 네 가지 유형 중 병적인 경우라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여기에 해당돼 건보 적용을 받은 탈모환자는 2020년 23만3365명(진료비 약 326억원), 지난해에는 7개월간(1~7월) 15만9536명(진료비 202억원)이었다. 즉, 지금은 질병으로 인정된 탈모에만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한다. 그런데 유전성 탈모나 노화에 의한 탈모에도 건강보험으로 약값을 대주겠다고 하니 반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찍은 홍보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넘어야할 첫 번째 산 ‘필수의료인가’

그렇다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재명 후보의 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후보는 탈모 문제는 보건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연간 1000억원 정도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보건의료상 필요하고, 그 정도 부담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문재인케어를 시행할 때도 단순 노화성 탈모와 남성형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미용·성형과 관련된 영역이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결론이 났다. 그사이 단순 노화성 탈모와 남성형 탈모 치료의 의학적 필요성이 높아졌을까.

탈모 치료 전문가인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대구경북피부과의사회 상임고문)은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탈모를 단지 미용 영역에 국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은)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화성·유전성 탈모 치료가 단순히 ‘미용’ 목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수의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넘어야할 두 번째 산 ‘시급한가’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안건이 상정돼야 하고, 공급자·가입자·공익위원들이 합의를 해야한다. 민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건정심에는 환자 생명과 직결된 시급한 급여안건이 너무너무 많이 밀려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탈모약 건보 적용보다 중증·희귀환자나 암환자에게 필요한 신약과 항암제 급여등재가 더욱 시급하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도 7일 통화에서 “건강보험 적용은 필수의료와 중증질환을 우선순위로 놓고 실시하는 게 합당하다. 건강보험이 필요한 영역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재정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각종 암환자, 희귀·난치질환자들은 지금도 신약이 건강보험 제도권에 진입하길 학수고대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이용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환우회 회장은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목숨이 달린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어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생을 마감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1000억이란 돈으로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진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 평생 큰 고통을 주거나 목숨까지 앗아가는 질환을 단 한 번의 투여로 완전히 낫게 하는 치료제들이 최근 들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그럴 때마다 건강보험당국이 해온 말이 있다. “초고가약제들에 대한 환자 접근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고가 의약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많은 재정이 소요된다. 급여화에 앞서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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