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관세’ 무용지물…계속되는 실효성 논란

‘할당관세’ 무용지물…계속되는 실효성 논란

무관세 적용에 “물가 인하 기대하기 어려워”

기사승인 2022-07-15 06:00:30
지난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일 한시적으로 수입 소고기, 돼지고기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식료품 중 소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를 인하해 서민 물가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그러나 시큰둥하다. 돼지고기 등은 이미 대부분 무관세로 분류돼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인하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6.0% 뛰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돼지고기는 전년보다 18.6%, 수입 소고기 27.2%, 닭고기 20.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올렸다.

현재 소고기 관세율은 40%다. 10∼16% 관세율이 적용되는 미국산·호주산 소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소매가격은 최대 5∼8%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돼지고기도 할당관세 물량을 기존 5만톤에서 7만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0% 관세를 물리는 ​수입 닭고기도 무관세로 들여온다. 

국내 수입되는 밀과 돼지고기 90%엔 관세가 붙지 않는다.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수입량이 많은 국가들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기 때문이다. 관세 수입량을 늘리더라도 사실상 적용되는 대상은 다 합쳐도 10%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 30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에 진열된 수입산 돼지고기. 연합뉴스

정부가 연말까지 할당관세 인하를 결정한 배경은 밥상에 주로 올라가는 품목에 대한 가격 상승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밥상 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다 보니 정부 대책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관세 대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는 “관세 인하가 온전히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반응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특정 품목 하나로 인해서 물가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고가인 상품에 대한 좋은 대안이 제시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입 소고기의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일부 가공제품은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할당관세 운영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입 품목 관세를 내리는 것으로 물가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축산 단체 반발도 거세다.

전국한우협회,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등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2023년부터 닭고기 일부, 2026년부터 소고기·유제품 관세 철폐가 예고된 가운데 이번 조치는 축산농가에 대한 사형선고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 밥상 위의 고기, 우유, 계란은 전부 수입산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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