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엘(SPL)뿐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21일 대국민 사과문)
SPC 그룹의 한 계열사 공장에서 23일 근로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로 SPC 그룹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이틀 만에 안전사고가 재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엄중처벌을 요구하며 SPC 그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께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근로자 A씨의 손가락이 기계에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샤니는 SPC의 계열사로 실질적인 뿌리기업으로 평가받는 회사다. 현재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아침 6시 20분, SPC 계열사인 SPL의 평택 공장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SPL은 SPC 프랜차이즈 매장에 빵 반죽과 재료 등을 납품하는 업체로 20대 여성 노동자가 혼자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안전 조치가 미흡하고, 회사 측이 고인의 빈소에 빵을 보내거나 사고 다음 날 현장에 있던 다른 직원들에게 작업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매운동까지 확산되자 SPC그룹은 21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사과에 나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사과 이틀만에 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허한 울림으로 전락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SPC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SPC그룹은 2018년 파리바게뜨 노동자 5300명 불법파견에 따른 162억원 과태료를 사회적 합의 체결로 면제받은 뒤, 핵심적인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검증 책임도 회피하고 있다”며 “SPC 그룹은 사회적 합의 파기와 노동조합 탄압에 이어 산업안전과 중대재해 방지 책임 등 사회적 책무를 번번히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SPC 그룹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동안 노동자는 다치거나 사망하고 SPC 가맹점주들은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시민들은 소중한 동료 시민을 잃었다”며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업주에 대한 엄중한 법적용과 처벌은 물론, SPC그룹이 약속한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SPC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가 혼합기 끼임 방호장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없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