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정미 후보자가 함께 거주하지 않는 부모를 피부양자로 연말정산 신고서에 기재해 부당한 인적공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적공제 대상자가 아닌데도 연말정산 신고서를 제출해 최근 5년간 225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실과 쿠키뉴스가 함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받은 자료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당하게 받은 인적공제 추정액은 2250만원(부양가족·경로우대공제)으로 확인됐다.
부모를 피부양자에 포함시켜 소득 인적공제 받을 대상자가 아니지만, 마치 해당자인 것처럼 연말정산 신고서를 제출해 부당한 소득공제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피부양자가 월 소득이 없거나 연간 1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주소를 달리해도 소득 감면 혜택이 가능하나 정 후보자의 경우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의 부친은 현재 거주 중인 단독주택 이외에도 부산 영도 소재 아파트 한 채와 경남 창원 소재 점포 건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고가의 건물들은 아니지만, 임대수익 등이 예상되는 만큼 부당한 인적공제가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현행 소득공제법은 근로자 연말정산 시 가족을 부양하면 소득의 일정 금액을 공제해준다. 국가가 복지부담의 일부를 근로자가 부양을 통해 대신한다는 것으로 보고, 그 비용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차원이다. 다만 재원이 한정된 만큼 피부양자의 소득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다.
정 후보자는 1994년 이후 부모와 주소지를 함께하면서 거주한 적이 없다. 관련법에 따르면, 부모와 거주하지 않으면 인적공제가 불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부양 사실 등을 서류 제출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 다만 피부양자의 소득 여부를 국세청 등이 당장 확인해 적격성 여부 등을 따질 수 없기에 통상 간과돼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게 태반이다.
고위공직자인 헌법재판관은 대한민국 사법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의 최종 수호자다. 그 누구보다도 법과 규정을 엄격히 지켜야 하는 게 일반의 상식인데 당장 검증이 어렵다고 해 규정의 목적과 달리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에는 ‘후보자는 뛰어난 법률 지식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와 헌법 가치의 실현에 강한 신념과 의지가 있다’라고 했는데, 현행 규정에 맞지 않게 이익을 취한 바가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인사 청문회 때 면밀하게 살피겠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해당 사실과 관련 적법성 여부를 묻는 쿠키뉴스 질의에 “후보자 부친이 소유한 상가는 최근 5년간 공실 상태였고, 소유 아파트는 후보자의 오빠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부친은 경북 청도에서 가족을 위해 소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을 뿐 노령연금 외에는 소득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이므로 부양가족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또한 쿠키뉴스는 17일 후보자의 오빠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차임 지급 여부 및 증여세 납부 등을 추가 질의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후보자의 오빠 가족은 해당 아파트에 무상으로 거주 중”이라며 “해당 아파트는 지은 지 약 40년 된 1동짜리 오래된 아파트로서 해당 아파트의 차임 시세를 반영하면, 직계비속의 증여세 공제 한도 범위 내”라고 답했다.
한편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형두, 정정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8일과 29일 각각 열린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