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열쇠’를 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방한한다. BIE 실사는 박람회(엑스포) 유치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만큼 정부·여당과 국회, 산업계가 총출동해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BIE 실사단은 2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서울과 부산을 방문해 엑스포 개최 역량과 준비 상태를 평가한다. 현지 실사는 실사단이 후보국을 직접 방문해 유치역량 및 준비 수준 등을 심층 평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BIE 실사 결과는 171개국 전 BIE 회원국에 회람돼 11월 개최국 투표를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 실사 결과가 최종 엑스포 개최국 선정의 승부처로 평가받는 이유다.
부산엑스포 유치는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다.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는 개최비용을 참가국에 무상지원해야 하는 ‘인정’ 엑스포다. 반면 부산이 준비중인 2030엑스포는 개최국이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국관을 자비로 건설, 철거까지 책임지는 ‘등록’ 엑스포다. 개최기간도 인정엑스포(3개월)에 비해 6개월(180일)로 더 길다. 전시면적도 무제한이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전 세계 12번째, 아시아 4번째 등록엑스포 개최국이 되고,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대 주요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2002년 월드컵(개최기간 30일, 관람객 300만명, 경제효과 11조4700억원)이나 2018년 평창올림픽(개최기간 16일, 관람객 138만명, 경제효과 29조원)과 비교해 경제유발효과가 더 크다. 정부는 550만명 방문, 생산 43조원, 부가가치 18조원, 고용 50만명 등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현지 실사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취임 후 해외 순방 때마다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하는 등 1호 영업사원으로 나섰다.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은 모두 ‘엑스포 세일즈맨’이라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거듭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실사단 방한 기간 중 이들을 만나 직접 유치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특명’에 발맞춰 부산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 정부, 기업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엑스포 특위를 꾸리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민관이 직접 나서서 BIE 실사단에 국빈급 예우를 제공하고,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역량과 국민적 열망, 한국의 문화적·과학적 소프트파워를 BIE 회원국에 각인시킨다는 방침이다.
엑스포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BIE 현지실사 대응, 홍보, 대외교섭 등에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BIE 관련 모든 일정을 충실히 준비할 뿐만 아니라 대외 교섭을 통한 지지 확보 등에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그간 엑스포를 전담해온 대통령 특사단의 활약상도 컸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은 지난해부터 엑스포 해외 유치 콘퍼런스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120여개국가의 지도자들을 만나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지난 31일 부산을 찾아 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김기현 대표는 박형준 부산시장,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과 함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국민의힘·부산광역시 연석회의’에서 이들은 준비상황을 확인하고, 힘을 보탤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11월 최종 결정전까지 의원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여·야 할 것 없이 전폭적인 교섭활동을 해나갈 것”이라며 “우리 모두 유치홍보대사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적극 뛰어야 할 막바지 시점이다”고 유치 의지를 다짐했다.
기업도 전방위적인 유치전 홍보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집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10개 그룹 총수들이 유치교섭을 위해 뛴 국가만 84개국, 거리는 지구 64.5바퀴(258만6137㎞)에 달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각국에 ‘대통령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도 각종 전시와 행사를 개최해 유치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부산엑스포유치위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광화에서 빛:나이다’ 행사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뛰어난 한국문화를 보여주며 실사단의 마음을 흔들겠다는 계획이다. 점등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이창양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윤상직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엑스포 유치 열망이 담긴 ‘빛의 공간’도 탄생했다. 광화문 일대에 총 3가지 섹션으로 엑스포 빛 조형물과 미디어아트가 설치되면서다. ‘1섹션’은 과거 세계엑스포 랜드마크, 발명품 및 2030부산엑스포 상징물이 불빛조형물로 보여지는 ‘Time to EXPO(박람회 역사를 이해하다)’, ‘2섹션'은 의 부제 키워드인 기후·환경과 기술·돌봄·나눔을 홍보부스에서 체험하는 'Feel the EXPO(박람회의 의미를 체험하다)’, ‘3섹션’은 미디어파사드 등 광화문광장 인근 영상매체를 통해 엑스포 영상을 상영하는 ‘Vibe with EXPO(박람회의 미래를 마주하다)’ 등으로 구성된다.
유치 성공을 향한 시민들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실사단 방문 전후로 약 2주 동안 부산시 구·군별로 시민이 참여하는 공식 행사만 총 67개에 달한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거나 자발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이뤄 활동하는 시민들의 규모만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해 열의를 더한 시민들의 숫자는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엑스포에 거는 부산 시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실사단 숙소 인근인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2030엑스포 부산 프로포즈 인 해운대’ 행사를 개최한다. 높이 16m인 해운대 타워와 대형 모래 조각이 백사장에 설치된다. 매일 밤 대형 스크린으로 부산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고 화려한 레이저쇼를 펼칠 예정이다.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는 대규모 불꽃축제와 함께 야간에 어선에 횃불을 달고 고기잡이를 하던 ‘진두어화’, 드론 1500대를 활용한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 등이 열린다.
북항재개발 1단계 공사가 끝나 4월 3일 전면 개방되는 북항 친수공원과 경관수로, 전망대 등에선 ‘탐방 및 걷기 행사’가 열리고 ‘엑스포 희망드림 빛축제’ ‘엑스포 유치기원 유등축제’ ‘30리 벚꽃축제’를 통해 엑스포 유치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시내 곳곳에서 테마형 투어버스 운영과 함께 각종 음악회, 댄스경연대회, 버스킹 거리공연 등이 진행된다. 실사가 진행되는 다음 달 4∼7일에는 차량 자율 2부제가 시행된다.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엑스포 정신이 인류평화와 기술의 진보에 있고, 더 나은 인류문명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미래의 진로와 일치한다. 정부와 국민은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나가야 한다”며 “갈수록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우리 국민들의 열망은 커지고 있다. 2030 부산 엑스포는 세계와 대한민국이 만나는 글로벌 대축제의 장이 될 것이며, 선진국으로 대도약을 위한 국민의 마음속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