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히 잘랐다가 후회가 밀려오는 단발머리나 어깨 높이의 머리 길이인 중단발을 탈피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해보는 당신. 온라인에 떠도는 여러 민간요법들을 써본다. 머리카락을 빨리 자라게 해준다는 패스트 샴푸를 써보고, 머리를 꽉 조여 묶어보고 야한 생각도 해봤다.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석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박은주 한림대성심병원 피부과 교수에게 28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다.
Q. 야한 생각을 하면 머리가 빨리 자라나요?
박은주 교수 = 머리카락이 안드로겐,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은 맞지만 야한 생각을 하는 것이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증가하면 턱, 겨드랑이 등의 털이 많아지는데 머리카락은 오히려 가늘어지거나 빠질 수 있습니다.
석준 교수 = 야한 생각이 머리카락을 빨리 자라게 한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2012년 미국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한 생각 같은 성적 자극은 여성에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일시적인 증가로 이어지지만, 남성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여성의 경우 임신하거나 피임약으로 인해 에스트로겐이 늘어나면 모낭 성장을 도와 머리카락이 잘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단백질 음식을 많이 먹으면 머리카락 성장이 촉진되나요?
박은주 교수 = 단백질은 모발이 자라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 중 남성의 90%가 하루 50g 미만의 단백질을, 여성 90%는 하루 30g 미만의 단백질을 섭취했습니다. 심각한 단백질 섭취 부족을 보인 겁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모발 성장을 돕고 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석준 교수 = 단백질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모발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또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모낭과 두피의 미세환경에 영향을 줘 모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패스트 샴푸와 헤어 미스트의 효과, 믿을 수 있나요?
박은주 교수 = 패스트 샴푸와 헤어 미스트 등은 모발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있겠으나 모발이 자라는 주기를 앞당긴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탈모약은 머리를 빨리 자라게 하기보다는 탈모를 억제한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석준 교수 = 패스트 샴푸에 함유된 비오틴을 비롯한 각종 비타민, 태반 추출물, 올레인산 등의 유효 성분이 두피 및 모발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샴푸를 통해 진피 깊숙한 곳에 있는 모근에 충분한 양이 도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모발이 자라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지만 모발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Q.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체질은 따로 있는 건가요?
석준 교수 = 머리카락은 하루 약 0.35mm 정도 성장해 한 달이면 1cm 정도 자라게 됩니다. 모발의 성장 속도가 빠른 체질이 따로 존재한다기보다는 개인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며 성별, 인종, 연령, 계절, 영양 상태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인종에 따른 모발의 성장 특성을 비교한 연구에서 아시아인이 가장 빠르고 다음은 백인, 마지막으로 흑인 순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박은주 교수 = 모발 성장과 관련해 여러 가지 유전자가 규명돼 있습니다. 실제로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탈모나 다모증 등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발의 유전은 다인자 유전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의 영향이 큽니다. 따라서 머리가 잘 안 자라거나 탈모가 걱정된다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나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빗 등을 이용해 두피를 두드리는 행위, 탈모 방지에 좋을까요?
박은주 교수 = 두피를 두드리는 것은 일시적으로 두피의 혈관을 자극해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상처나 염증은 주의해야 합니다. 두피 마사지를 하려면 뾰족한 손톱이나 빗, 기구 등이 아닌 손가락 끝 지문 부위로 부드럽게 눌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석준 교수 = 특정 두피 마사지기를 일정 기간 사용한 후에 모발이 굵어지고 자가 평가에서 탈모 증상의 완화, 모발 성장을 체감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빗으로 두피를 두드리는 것으로 탈모 치료·예방 효과가 확인된 바는 아직 없습니다.
Q. 산성비 맞으면 머리가 빠지나요?
박은주 교수 = 산성비는 수소이온 농도(pH) 5.6 미만인 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비의 평균 pH는 4.9입니다. 산성비의 산도는 우리 두피를 자극할 정도로 강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기 중 유해물질이 두피를 자극하고 피지 분비에 영향을 주며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일수록 비를 맞은 뒤 두피를 씻어내 환경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석준 교수 = 산성비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적인 샴푸들과 산도가 비슷합니다. 따라서 비를 맞았다고 해서 탈모가 유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에 젖은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로 오래 둘 경우 두피 노폐물, 빗물 등이 섞여 모공을 막거나 세균, 진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또 지루성 두피염 같은 증상이 발생해 탈모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랬구나. 머리를 빨리 자라게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 다만 단백질 섭취, 헤어제품 이용 등으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해주고 두피에 좋은 환경을 만듦으로써 머리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순 있다. 머리카락을 강하게 묶는다든지, 빗질을 세게 하는 등 두피를 자극하는 나의 사소한 행동이 오히려 머리를 빠지게 만들 수 있으니 평소 습관을 잘 들여다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 고쳐봐야겠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